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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에세이] 축구도 ‘하프라인 바이얼레이션’ 두면 어떨까 /전용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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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7-19 18:58:30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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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축구를 했다. 그때 축구는 ‘천재’가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신체조건이 좋아도 창의적(또는 예술적) 플레이를 하지 못하면 뒤처졌기 때문이다. 지금 봐도 빨리 축구를 그만둔 게 괜찮은 선택이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톰 왓슨이 60세에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오픈에서 2위를 할 수 있었던 건 비거리(신체조건)보다 창조적인 샷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축구가 세계적인 인기 종목으로 자리 잡은 또 다른 원동력은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언더독(Underdog)의 반란’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단판 승부에서는 실력이 결과까지 담보하지는 않는 게 축구다. 미국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연구원들은 2006년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요약하자면 “최근 100년 동안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약자가 강자를 이길 확률이 가장 높은 두 종목은 축구와 야구”라는 것이다. 두 종목에 관중이 많이 몰리는 이유가 나름대로 있었던 것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이변이 많았다. 우리나라가 세계랭킹 1위 독일을 잡은 게 대표적이다. 물론 축구도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정규리그가 끝날 때면 몸값 비싼 팀이 상위권에 포진하는 건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다.

한 달 내내 축구를 보면서 몇 가지 규칙만 바꾸면 더 박진감 넘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첫째는 페널티킥이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일어나는 핸들링 또는 반칙에 대한 ‘형벌’로 페널티킥을 선언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 축구는 한 경기에서 한 팀이 두 골 이상 넣기 힘든 종목이다. 러시아월드컵에서도 한 팀의 경기당 득점은 1.3골이었다. 승패가 페널티 박스에서 ‘우연’에 의해 일어난 사건(핸들링·반칙)으로 결정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고의적이 아닌 반칙이라면 프리킥을 주는 게 더 합당하다.

프리킥도 득점 확률이 상당히 높다. 러시아월드컵에서는 총 169골 중에서 73골(43%)이 세트피스 상태에서 나왔다. 잉글랜드는 4강전까지 12득점 가운데 9득점을 세트피스에서 기록했다. 강팀은 훈련시간 대부분을 세트피스 담금질에 사용한다. 약팀의 수비축구를 깨는 비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고의가 아닌 반칙에 한해서 페널티킥 대신 프리킥을 줘도 강팀의 불만이 크지 않을 것 같다.

둘째는 공격 성향의 팀에 대한 어드밴티지이다. 대부분의 약팀은 수비 전술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기는 것보다 지지 않는 게 더 쉽기 때문이다. 상대 공격을 끊기 위해 반칙도 많이 한다. 공격 전술보다는 수비 전술이 단시간에 호흡을 맞추기도 쉽다. 축구의 ‘신’으로 한 팀을 구성해도 이란처럼 극단적인 수비를 하는 팀을 만나면 두 골 차이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보다 박진감 넘치는 공격 축구를 유도하려면 축구도 농구의 하프라인 바이얼레이션(half line violation) 같은 제도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 공을 몰고 중앙선을 넘었던 선수가 자기 진영으로 역주행할 때 반칙을 선언하면 공격축구가 저절로 이뤄지지 않을까.
어쨌든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꿈의 무대’도 숱한 이야기를 만들며 막을 내렸다. ‘축구는 때때로 정의롭지 않다’는 격언이 있다. 경기를 지배하고도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결승전의 크로아티아처럼.

   
그러나 길게 보면 그것도 결국 실력이다. 저변·생태계·시스템이 갖춰지면 클래스는 따라온다. 축구에 내재되어 있는 수많은 비합리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결국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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