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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현장] 1000억 영화기금에 대한 단상 /신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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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창간기획 ‘공존 프로젝트’의 기사(국제신문 지난 3월 26일 자 6면 보도)를 준비하면서 부산시에 물은 적 있다. “서부산에 예술영화 상영관이 하나도 없어서 영화 한 편 보려고 한 시간 넘게 차를 타고 나가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이런 답변을 들었다. “왜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심각성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 예산으로 예술영화관 하나 뚝딱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멀티플렉스에 상영관 하나 만들려고 해도 대기업이 나서줘야 하니까요. 여하튼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어떤 노력을 어떻게 하고 있다는 것인지 더 묻기도 무안한 답변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탄생 20여년 만에 입에 착 붙게 된 ‘영화의 도시 부산’이라는 말이 시민의 영화예술 향유권까지 고려한 용어가 아니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 답변을 통해 이런 질문이 부산시에 정말 ‘생뚱맞고 새삼스러운’ 문제 제기에 지나지 않음을 확인했을 뿐이다.

지난달 오거돈 부산시장(당시 당선인) 인수위가 ‘BIFF 재도약을 위한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부산영화영상 장기발전을 위한 ‘BIFF 1000’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우선 그 액수에 기가 질렸다. 어떻게 1000억 원을 모으려는 걸까. 시비로? 국비로? 모을 수 있다 해도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려는 걸까. 액수만 있고 대체적인 구상조차 없는 건가.

성급하게 몰아붙인다고 하겠지만 이건 바로 지금 심각하게 생각할 문제다. BIFF를 중심으로 영화영상 산업을 일으켜 지역 경제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지지난 지방정부의 구상 아래, 부산은 영화제에만 한 해 60억 원의 시비를 투입해왔다. 하지만 그런 구상이 애초에 가능한 일이었을까. 우리는 연례 페스티벌일뿐인 BIFF에 경제적 낙수효과를 기대해 왔다. 그러나 그 기대의 근거가 사실 희박했음을, BIFF가 시민에게 안겨줄 윤택함은 경제가 아니라 문화의 도시라는 자부심에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는 직시해야 한다.
부산시가 조성하겠다는 기금이 1000억이 될지 10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돈을 또 BIFF에 투입하겠다는 의도라면 이는 무책임한 행정의 표본이 될 것이다. 영화 관련 예산을 시민을 위해 써야 할 때다. 서부산에 예술영화를 볼 수 있는 상영관도 마련하고(그 방법 역시 시가 치열하게 고민할 일이다) 부산 곳곳에서 열리는 작은 영화제도 지원하자. 영화의전당 좌석 점유율을 따져보면 “영화 예술에 수요가 있겠느냐”는 비관이 섣부르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일반인 영화 교육이나 영화 제작을 돕고, 공원마다 여름밤 상영회를 열고, 원도심 야외 상영회를 상시로 개최하는 건 어떤가. 지금도 하고 있는 일들이라면 더 열심히, 더 규모 있게 지원하자.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

BIFF의 탄생을 두근거리며 지켜봤고 사랑해 왔다. 그 자율성을 앗으려 한 지난 정권에 분노했다. 그렇기에 BIFF가 ‘다이빙벨 사태’ 따위로 흔들릴 모래성이 되지 않기를, 좀 소박하게 열리더라도 콘크리트처럼 탄탄한 기반 위에서 100년 지속되기를 바란다. 시민이 영화예술을 넓게 즐길 때, 진짜 영화도시 시민이 될 때야말로 BIFF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는다. 부산시는 BIFF를 중심으로 한 일련의 사업에 능력 이상의 것을 요구하며 예산을 손쉽게 떠넘기지 말라.

문화부 부장 ky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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