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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야’라는 구슬 서 말, 부울경이 잘 꿰어야 /송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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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7-19 18: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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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이 나뉘기 전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은 아주 오랫동안 한 식구였다. 최근에는 다시 합쳐서 미국의 주에 버금가는 자치권을 누리자는 얘기도 나온다. 새롭거나 황당한 발상은 아니다. 적어도 가야라는 뿌리와 옛 경남이라는 향수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물론 헌법의 개정과 전면적인 제도 개편 등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가야 시기에는 바닷물이 높았다. 현재보다 2.5m 정도 높은 해수면으로 지금의 김해평야나 해안가 논밭은 가야인들을 먹여 살릴 농경지가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수로왕은 사람들이 산과 계곡에 흩어져 살며, 이름도 없던 이 땅에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 백성이 먹고살 충분한 경작지도 없이 무엇으로 500년 왕국의 기틀을 다졌을까.

바다의 끝은 육지의 시작이다. 땅의 마지막, 강물이 머무는 곳에는 새로운 길이 열려 있다. 가야는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명을 만들었다. 가야 이전 청동기시대 사람들이 산과 구릉을 벗어나지 못할 때 수로왕은 과감히 바닷길을 열어 이주민을 받아들였다. 다른 생각과 우수한 문물, 새롭고 신기한 기술은 가야를 부강하게 만들었다. 대륙 북방 기마 민족의 후예인 수로왕과 남쪽 먼 바닷길을 헤치고 온 허왕후가 만나 이룩한 절묘한 문화의 융합. 그 잉태가 바로 가야 문화 아니겠는가. 양쪽을 다 받아들여 녹여내고 새롭게 제련한 것이 지역의 토착민들이었다. 이주한 세력에게 왕과 왕비 자리를 주었지만, 더 부강하게 잘 살아간 나라의 전통이 부울경에는 남아 있지 않은가.

경남과 부산은 이미 한국을 넘어 동북아를 대표하는 첨단의 항구가 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을 넘어 대륙을 달려 머나먼 유럽으로 철길이 연결된다고 한다. 또 새로운 관문이 될 하늘 길을 새롭게 터 잡는다고 한다. 부울경이 2000년 전 가야의 부귀영화를 넘어 수도권을 능가할 절호의 기회다.

더 중요한 것은 낯선 것을 외면하지 않아 새로운 사람과 문물을 가리지 않고 수용하여 더욱 발전시킨 가야인의 도전 정신과 포용력이다. 가야 시대보다 훨씬 쉽게 하늘과 바다, 육지의 길이 모두 조화롭게 연결된 이 천혜의 땅을 차지한 부울경은 막중한 역사의 책임이 있다. 새로운 역사를 위해 과거에서 먼저 배우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

김해 대성동고분군을 비롯한 가야 고분군에서는 일본과 중국을 넘어 멀리 동남아와 중동에서 제작된 희귀하고 화려한 유물이 다량으로 출토된다. 가야고분군의 이런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전 세계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도 추진 중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에서도 수로왕후 허황옥 공주의 출신지에 대한 인연이 자세히 소개됐다.

갑작스러웠던 대통령의 가야사 연구·복원 지시가 있은 지 1년 여가 지났다. 문화재청 주도로 영호남을 포함한 가야사 연구·복원사업도 순조롭게 추진 중이다. 애초 3개 고분군이었던 세계유산 등재 대상 고분군이 전북 가야고분군을 포함한 7개소로 늘었다. 이에 발 맞춰 경남도는 가야사 연구·복원을 위해 새로운 전담조직을 만들고 전문가를 채용하며 아주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경남 각지에 묻혀 있던 가야 왕성과 왕들의 무덤, 마을 흔적도 속속 발굴되고 또 연구를 기다린다.

안타까운 일도 있다. 부산 복천동고분군은 가야의 지배계층 묘역으로 학술 가치가 아주 높고 잘 보존 정비돼 있음에도 주변 개발과 민원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대상 후보에서 탈락했다. 20여 년 전 복천동고분군 발굴에 참여하는 영광을 누렸던 필자로선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호남에 걸친 가야사 연구·복원사업의 중심은 그래도 지금의 부산을 포함한 옛 경남 지역이다. 당연히 부산과 경남이 이 사업에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 학계는 주목한다. 복천동고분군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부디 슬기롭게 잘 해결되었으면 한다.
2042년이면 가야 건국 2000년이 된다. 불과 25년도 남지 않은 가야 건국 2000년은 초국가적인 세계인의 행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대륙으로 연결된 철도를 타고 수많은 외국인이 방문할 것이며, 신공항과 항만에는 각국 비행기와 배가 즐비할 것이다. 같은 뿌리를 가진 경남과 부산이 가야문화 유산을 얼마나 잘 정비하고 협력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미래가 바뀔 것이다.

김해 대성동고분박물관 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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