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해양과학 연구기관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최근 영도 신청사 개청식 및 글로벌 비전 선포식을 열고 ‘부산시대’ 출범을 선언했다. 1973년 설립 후 45년 만이자 지난해 12월 동삼혁신지구로 이전한 지 7개월 만이다. 원장 중도 사퇴 등 한동안 내홍에 시달리며 리더십 공백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갈등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늦게나마 본격 ‘항해’에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만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우선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 전략을 이끌 ‘두뇌 중의 두뇌’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KIOST 산하 1500명 가량의 석·박사급 전문 인력은 15만9000여 ㎡ 부지 13개 최첨단 건물에서 오로지 해양·수산만 연구한다. ‘해양과학계의 카이스트(KAIST)’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중추 연구기관의 부산화는 100곳이 넘는 협력업체의 부산화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동북아 해양수도 전략에 날개가 달린 셈이다.

‘부산시대 1호 선장’의 중책을 맡은 김웅서 신임 원장의 각오도 비상하다. 그는 “부산을 모항으로 삼아 대양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부산지역 해양산업 발전과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상생의 구심점이 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KIOST는 세계 5대 해양과학 연구 허브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결코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지난해까지 연구인력 및 연구비, 시설·장비 현황 등 종합평가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 이어 세계 6, 7위권이었다. 이제 부산의 최신 인프라와 환경까지 갖췄으니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KIOST의 약진은 우리 해양경제 영토를 확장하는 것이자 부산의 미래 먹거리를 길러내는 일이다. 과제도 적지 않다. 특히 국내 해양과학 전문 인력 양성 분야에서 산·학·연 플랫폼 역할 수행, 4차 산업혁명 대비 첨단기술 연구 등은 피할 수 없다. 부산시와의 긴밀한 협업과 상생전략 마련도 필수다. 이를 통한 지역 해양수산 인재 일자리 창출 효과도 거둬야 한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힘겹게 부산 안착에 성공한 만큼 KIOST가 더 막중한 책임감으로 지역과 상생, 소통하며 연구에 매진해 세계 ‘빅5’ 연구기관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