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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예사롭지 않은 정의당 /염창현

최근 지지율 여론조사, 역대 최고인 10% 기록

자체 생존력 강화되면 낡은 정치지형 뒤바꿀 진보정당 역할 기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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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좋아하는 사람하고 해야지, 결혼할 사람이니까 좋아해서야 되겠습니까?” 지난해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노회찬 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이 같은 뼈 있는 발언을 했다. TV 토론을 통해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바라보는 유권자의 인식이 상당히 좋아지고 있으나 그 흐름이 좀처럼 지지율로 연결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탄식이었다. 당시 심 후보는 인물이 야무지고 똑똑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어차피 떨어질 사람에게 표를 줘서 남 좋은 일 시킬 수는 없다”는 ‘사표론(死票論)’에 휘말렸다.

이 사표론은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최근에는 지난 6월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추진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사이에서 불거졌다.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자 한국당은 “안철수를 찍으면 박원순이 당선된다”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보수층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했고, 미래당은 “김문수를 찍으면 박원순이 당선된다”는 식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른바 ‘안찍박’ ‘김찍박’ 논쟁이다.

역대 선거를 돌이켜보면 대개 이런 사표론의 희생양은 확실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여당과 제1 야당의 틈바구니에서 고군분투하는 군소정당이다. 지난해 대선과 올해 지방선거에서는 정의당이 이런 이유로 험난한 길을 걸었다. 정의당은 6월 지방선거 때 광역의회 비례대표 부문만 보면 전국 득표율 9%를 기록하며 미래당(7.8%)을 앞설 정도로 선전했으나 기초단체장은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이 현상을 곧바로 사표론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이겠으나 정의당 처지에서는 다소 억울해할 수도 있을 법하다. 내부에서 우리 당이 과연 승자인지 패자인지 애매하다는 진단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안타까운 선거 결과로 인해 의기소침할 뻔도 했던 정의당이 요즘 부쩍 힘을 얻고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지지율 급상승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49%)은 일주일 전보다 2%포인트 떨어진 반면 정의당은 2012년 10월 창당 이후 최고치인 10%를 기록했다. 게다가 처음으로 제1 야당인 한국당(10%)과 동률을 이뤘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자신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얼마 전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에는 ‘정의당이 내 삶을 진짜로 바꿔줄 수 있겠구나’라는 유권자의 기대가 묻어 있다”며 “2020년 총선에서 반드시 제1 야당이 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이어진 양당대결 정치를 끝내고 정의당과 민주당이 경쟁하는 ‘2020 신(新)정당체제’를 자신의 임기부터 준비하겠다는 청사진도 털어놨다.
당연히 정의당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지금의 정의당 부각은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에서 이탈한 다수의 진보성향 유권자를 흡수한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경제·민생문제 해결능력 부족 등의 이유로 최근 70% 이하로 떨어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한몫을 했다는 지적도 있다. 선거 참패 후유증과 내부 갈등으로 제1 야당의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하는 한국당의 몰락 역시 정의당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준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정의당의 급부상은 나름 큰 의미가 있다.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사실상 두 정당에만 투표를 강요하는 지금과 같은 체제에서 유력한 제3, 4당의 등장은 유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준다. 따라서 장기간 지속된 양당정치의 폐단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유권자에게 대안정당의 대두는 절실한 희망일 수밖에 없다.

정의당의 전진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는 지금으로서는 섣불리 예측하기 힘든 일이다. 민주당의 개혁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한국당이 환골탈태한다면 더 이상의 세력 확대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정의당이 처한 내·외부 사정이 썩 좋지는 않다는 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진보정당을 대하는 보수층의 냉랭한 시각이 여전히 살아 있는 데다 심상정·노회찬 의원을 제외하면 널리 알려진 인물도 찾기 힘들다. 참신한 외부 인재 영입이 없이 유력 인사 몇 명을 중심으로 당이 운영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게다가 앞으로 예정된 주요 선거 때마다 계속 터져 나올 사표론 공방도 정의당을 억누르고 있는 무거운 짐 가운데 하나다.

결국 정의당이 전력투구해야 할 과제는 민주당이나 한국당과는 차별된 대안 제시 등을 포함한 생존력 강화다. 이런 노력이 뒷받침되면 기존 한국 정치판의 낡은 지형을 근본부터 바꾸는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외부요인이 가져다 주는 어부지리에만 의존한다면 과거에 출현했던 진보정당처럼 반짝 회오리 바람을 불러온 뒤 소멸될 운명을 맞게 될 게 뻔하다. 정의당의 최근 행보에 유권자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일 터다.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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