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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감정노동, 방관하는 사이 누군가는 죽어간다 /하나현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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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7-08 19:19:42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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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던 감정노동이 최근에도 한진그룹 일가 등의 문제 등으로 연일 언론 보도가 되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을 관계의 사회분위기와 외면받았던 감정노동자들의 인격과 권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아직 감정노동이라는 게 생소할 수도 있는데 이는 배우가 연기하듯 원래 감정을 숨긴 채 업무상 조직이나 고객이 원하는 감정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이전에는 승무원, 텔레마케터, 간호사 등 주로 서비스직에 국한해서 언급했었지만 요즘은 대부분의 직장인이 자신도 감정노동자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우스갯소리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감정노동이 심한 관계가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라고 할 정도로 온 대한민국이 감정노동으로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감정노동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몸’이 힘들면 좋은 음식을 먹게 해주고 쉬어주면서 몸을 회복시킬 줄 안다. 하지만 ‘감정’이 소진되어버린 피해자는 마음이 지쳐버릴 때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 그리고 주먹만이 폭력이 아니라 무례한 언행 또한 폭력이라는 것을 모르는 가해자가 많다.

갑질 고객이 주는 스트레스가 분노, 불안, 우울, 자괴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의 찌꺼기가 되어 우울증, 공황장애, 분노조절장애까지 이르게 만들고 심지어 자살까지 몰고 간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서비스업에 근무하는 종사자 중 49%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중 11.9%는 자살이 우려되는 심각한 고도 우울증으로 밝혀졌고 다른 직종에 비해 자살 충동을 4.6배 더 느낀다고 한다.

필자는 한 우체국 보험영업직 상담사를 상담한 적이 있었는데 그는 지속적인 고객의 부당한 민원에 극심한 스트레스 상태에 있었다. 필자가 보기엔 당장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것으로 보였다. 거리상의 문제로 상담이 이어지지는 못해 걱정되던 환자였다. 그런데 1년 뒤쯤 남편이 찾아와 슬픈 소식을 전했다. ‘출근하는 게 이것보다 더 두렵다’는 말을 남기고 투신자살을 한 것이다. 남편은 침통한 표정이었고 나의 얼굴도 흙빛이 되었다. 감정노동의 심각성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상황에서 일을 겪으니 충격적이었다.

남에게 친절하고 기분 좋게 해주려다 자신을 지키지 못한 감정노동의 역습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 여러 방면에서 해결책이 필요하다.

다행히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기준들이 마련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감정노동자의 적응장애 및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에 대해서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기 위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올해 3월에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필자가 있는 글로벌사이버대학교도 3년 연속 안전보건공단 감정노동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사회적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는 지역사회와 함께 직무스트레스 해소 및 감정노동 인식 개선을 위한 ‘감정노동힐링365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하고, 국제신문과의 협약을 통해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시청 120바로콜센터에서는 지난 5월 벌써 네 번째 뇌교육 셀프 심신힐링 연수가 진행되고 있다.
감정노동의 문제는 법이 만들어진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다. ‘감정노동자 따로, 고객 따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고객인 동시에 감정노동자라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스스로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누군가가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이 항상 옳다는 말은 틀렸다. 가치 있는 고객만이 대접받을 가치가 있다”라고 한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 창업자 허브 캘러허의 말을 새길 때이다.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은 나에게 당연히 굽신거리며 친절을 베풀어야 하는 사람이 아니고 누군가의 아들, 딸이고 누군가의 어머니, 아버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글로벌사이버대 뇌기반감정코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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