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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의 세설사설] 호랑이 등에 탄 오거돈 시장, 달리면서 살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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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7-01 19:13:51
  •  |  본지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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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이 벌인 일 중에 잘못된 건 과감하게 손을 봐야 한다.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도 좋다. 그러나, ‘개혁’이란 말에 휘둘려 ‘개혁을 위한 개혁’ ‘쇼윈도 혁신’이 나와서도 안 될 일이다. 뭘 어떻게 하든 세금이 드는 문제고, 시민의 삶이 걸린 문제가 아닌가.


오 시장에겐 시급한 현안 말고도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을 거다. 본인 약속대로 부산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도 일궈내야 하고, ‘시민이 행복한 도시’도 만들어 내야 할 터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뜻대로 안 되는 일도 적지 않을 거다. 그럴 때일수록 초심을 잃지 않기를 당부한다.


   
앞으로 4년간 지방행정을 맡을 광역·기초 단체장들의 임기가 시작됐다. 그들을 감시하고 견제할 지방의원들도 마찬가지. 오거돈 부산시장도 어제 취임했다. 듣기로는,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이 북상해 부산지역에 호우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자 오 시장은 당초 예정된 취임행사를 전면 취소하고 재난 관리를 하는 것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고 한다.

내 생각엔 대통령이나 시장·도지사가 가장 행복한 때는 당선인 시절이 아닌가 싶다. 힘겨운 선거운동 끝에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도 이때다. 만나는 사람마다 축하 인사를 건네고 언론도 다투어 인터뷰를 요청해 온다. 자기 말 한마디, 한마디가 대서특필된다. 권력의 정점에 서 있다는 걸 실감하는 시간일 테다. 한마디로 구름에 올라탄 듯 붕 떠 있는 기분일 것이다. 하지만 행복은 잠시, 취임하면 골치 아픈 난제와 씨름해야 한다.

오 시장도 마찬가지일 거다. 세 번이나 낙선하고 네 번째 천신만고 끝에 당선됐으니 감회가 더욱 깊을 거다.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 스스로 “가슴이 먹먹하다. (부산시장으로) 못 돌아올 줄 알았다. 그런데 역사의 물결이 바뀌어 시민 여러분이 다시 불러 주셨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렇게 소망하던 자리에 올랐으니 지금의 마음을 잃지 말기를 바랄밖에.

새로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전임자의 성과를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다. 미국 부시 전 대통령이 클린턴 행정부가 한 일을 죄다 뒤집어엎었대서 생긴 유행어가 있었다. ‘ABC(Anything But Clinton)’ 즉 클린턴이 한 게 아니라면 뭐든지 좋다는 거다. 트럼프도 대통령에 취임한 후 제일 먼저 한 게 서민의료 보장을 확대한 ‘오바마 케어’의 폐지가 아니었나. 우리나라 대통령들도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거다. 어쨌거나 오 시장이 취임과 함께 씨름해야 할 난제는 한두 개가 아니다. 자신이 내세운 일도 있고 전임 시장 때의 일을 정리하기도 해야 한다.

다들 알다시피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은 그의 대표 공약이니 얼른 가닥을 잡아야 할 터. 이미 지역 이슈를 넘어 중앙 정치권의 쟁점으로 비화했고 시민들도 주시하고 있는 문제가 아닌가. 가부간에 방향이 빨리 정해져야 혼란이 최소화된다. 후보 시절 이걸 공약으로 내세웠을 때 우려를 보인 시민들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나 역시 이 칼럼난에서 회의적인 의견을 썼던 터다. ‘가덕도 신공항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 문제를 또 들추면 대구 등 타 시·도와의 극심한 갈등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거고 중앙정부와의 마찰도 생길 거다. 관철할 비책이 있기나 한 거냐, 역대 시장들이 두 번이나 바람을 잡았다가 시민들을 실망하게 했는데 대안 없이 또 꺼냈다가 실패하면 그건 또 어떻게 감당할 거냐’.
어쨌거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으니 시민의 승인은 받은 셈이다. 도가 됐든, 모가 됐든 밀고 나갈 수밖엔 없긴 하겠다. 정부는 현재로선 김해공항 확장안을 취소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김해공항의 소음 문제 등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다면 가덕도 신공항 이야기가 재론될 가능성이 있는 건 사실이다. 같은 당 소속인 김경수 경남지사도 김해공항 확장엔 부정적이라고 한다. 오 시장이 경남과 울산을 설득해 우군을 만들 수 있을지 여부가 변곡점이 될 것 같긴 하다.

대구·경북이 다시 극렬한 반대에 나설 테지만 오 시장이 정치력을 발휘해 만약 부울경이 한목소리를 내게 할 수만 있다면 정부도 무작정 묵살만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그런데, 내 생각엔 의외의 복병이 있다. 이른바 ‘중앙’의 동향이다. 벌써 서울의 일부 신문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에 딴죽을 걸고 나섰다. 극심한 반목 끝에 겨우 김해공항 확장으로 봉합했는데 왜 새삼 꺼내느냐는 거다. 이 잘나빠진 ‘중앙’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지방을 ‘발톱의 때’만큼도 대접해 주지 않는다. 그때 그들이 비행기 탈 일 있으면 인천공항을 찾아오면 되지 ‘촌놈’들이 뭔 국제 규모의 신공항 타령이냐는 식의 논조를 펼쳤던 걸 생생히 기억한다. ‘경제성이 없다’ 운운하는 소리가 바로 그 이야기 아니었던가. 저희들 건 배가 터지도록 쟁여놓고 지방더러는 욕심부리지 말라고 훈계나 하는 거다.

어쨌든, 남북 사이에 화해와 평화의 시대가 열린다면 부산은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종착점이자 기착점이 될 터이다. 부산의 미래는 항만과 공항과 철도가 일체화된 ‘트라이포트’에 있다는 게 오 시장의 지론이라니 이왕 하려면 화끈하게 해 보라. 중앙 중심주의와 싸우고, TK를 설득하고, 부울경과 보조를 맞추는 게 쉽지 않다는 각오는 해야 할 거다. 자기 공약을 헌신짝처럼 뒤엎고서도 구렁이 담 넘듯 했던 전임 시장의 전철을 밟을 거라면 욕을 먹더라도 지금 포기하는 게 낫다.

오 시장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은 또 있다. 전임 시장이 북항에 짓기로 한 ‘오페라하우스’도 그중 하나다. 오페라 수요도 없는 판에 2500억 원이나 들여 껍데기만 그럴듯한 오페라하우스를 짓는 게 그리 급한 일이냐는 게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 차라리 야구장을 만드는 게 훨씬 쓰임새가 많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시립 오페라단도 없는 도시에서, 그 공간에 담을 콘텐츠 준비는 할 생각도 않고 일단 짓고 보자는 게 나로선 납득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오페라하우스가 필요 없다고 단정하는 건 아니지만, 주도면밀한 재검토는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부산에 쓸 만한 대형공연장이 하나둘 생기고 있는데, 텅텅 비워놓을 게 분명하다면 큰돈 들여 굳이 지금 지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거다. 새 시장이 가부간에 빨리 결정을 지어야 할 문제임엔 틀림없다.

또 있다. 사직야구장을 돔형으로 지을 거냐, 개방형으로 지을 거냐, 짓는다면 어디냐 하는 논쟁도 ‘오페라하우스’와 맞물려 시끄러운 모양이다. 오 시장은 과도한 재정을 투입해 사업자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을 받아온 버스준공영제, 자가운전자와 택시기사의 불만이 큰 중앙버스전용차로제(BRT)의 확대를 유보할 생각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의 존폐 문제도 거론했다. 다들 서민의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이다. 폐지하든 그냥 두든 꼼꼼하게 검토해서 시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전임이 벌인 일 중에 잘못된 건 과감하게 손을 봐야 한다.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도 좋다. 그렇게 해서 새바람을 불어넣으라고 4년마다 새 시장을 뽑는 게 아닌가. 그러나, ‘개혁’이란 말에 휘둘려 ‘개혁을 위한 개혁’ ‘쇼윈도 혁신’이 나와서도 안 될 일이다. 뭘 어떻게 하든 세금이 드는 문제고, 시민의 삶이 걸린 문제가 아닌가.

오 시장에겐 지금 든 시급한 현안 말고도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을 거다. 본인 약속대로 부산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도 일궈내야 하고, ‘시민이 행복한 도시’도 만들어 내야 할 터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뜻대로 안 되는 일도 적지 않을 거다. 그럴 때일수록 초심을 잃지 않기를 당부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는 스웨덴과 멕시코전에서 패배하는 바람에 일부 국민의 비난이 빗발치지 않았나. 그러나 막판에 디펜딩 챔피언이자 FIFA랭킹 1위인 독일을 2-0으로 완파해 멋진 피날레를 장식했던 거다. 느닷없이 축구 얘기를 꺼낸 건 단기성과에 너무 매달리지 말고 꾸준하면서도 끈기 있게 일하라는 뜻이다. 그래서 임기를 마칠 때 한국 축구처럼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시민의 박수를 받는 시장이 되란 뜻이다.

취임하는 그에게 두 가지의 경구를 선물하겠다. 첫째는 기호지세(騎虎之勢). 호랑이 등에 올라탄 사람은 내리고 싶어도 도중엔 내릴 수 없다. 이왕 벌인 일이라면 중동무이하지 말고 끝을 보란 말이다. 둘째는 우공이산(愚公移山). 한 노인이 흙을 한 짐 한 짐 져 날라 산을 통째로 옮기듯 너무 서두르지도 말고 조급해하지도 말 일이다. 얼핏 모순관계인 두 개의 경구를 한꺼번에 들먹이는 건 그만큼 부산 시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부산 시장이란 자리가 과단성과 신중함을 함께 필요로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휘몰아쳐야 할 땐 주저 없이 내달려라. 그러나 사안이 복잡할 땐 신중히 대처하라. 그게 오거돈 신임 부산시장에게 보내는 한 시민의 당부다.

소설가·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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