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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에세이] 축구 페인팅 기술은 ‘사기’ 아닙니까? /송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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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6-28 18:55:13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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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서로(Seoul Lawyers) 축구단’ 감독인 A 변호사한테 흥미로운 질문을 받았다. “축구의 페인팅 기술은 ‘사기’ 아닙니까?”
오랜 동호인 활동을 한 그는 축구 이론과 시각이 남달랐다. 함께 식사하던 다른 변호사들도 어떤 답이 나올지 궁금해했다. 모두 내 표정을 살폈다. 잠시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왜 사기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A 변호사는 “페인팅은 상대를 속이는 행위”라고 했다. 법률 전문가다운 상상력이다.

일반적으로 사기죄는 남을 속여 금전적 이익을 얻거나 재물을 취득한 자에게 적용된다. 축구의 페인팅처럼 단순히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는 사기죄 처벌을 받지 않는다. 상대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으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현란한 페인팅에 속아 연봉이 깎인 선수도 있다. 그렇다면 재산권 침해를 받은 게 아닌가. 그렇다면 페인팅을 한 선수는 사기를 한 셈이다. 상대의 재산권을 침해했으니까. 다시 A 변호사에게 질문했다. “페인팅에 속은 선수가 연봉이 줄면 재산권 침해를 당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2016년 대검찰청 범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사기 범죄가 25만600건 발생했다. 축구 도박이나 승부 조작으로 구속된 사람은 있어도 축구 페인팅으로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 페인팅이 사기라면 발롱도르와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5번씩 받은 메시·호날두가 가장 먼저 구속될 것이다. 두 선수가 없는 현대 축구는 ‘팥소 없는 찐빵’이다. 축구팬이 감소해 세계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다. 현란한 페인팅 기술로 몸값이 뛴 선수는 있어도 사기죄로 구속된 적이 없는 걸 보면 A 변호사의 질문이 틀렸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페인팅은 못된 꾀나 술수가 아니라 수많은 연습을 통해 연마한 기술이다. 오늘날 스포츠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페인팅의 본래 의미는 속이는 게 아니다. 상대를 기절·졸도·실신 또는 까무러치게 한다는 의미가 크다. 온라인 어원사전에 따르면 ‘faint’의 어원은 고대 프랑스어 faint(feint)가 1300년께 중세 영어에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fainting은 faint motion이 정확한 표현이다. faint motion 대신 fainting이 자주 쓰이는 것은 카카오톡을 ‘카톡’으로 줄여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닐까.

당시 나는 A 변호사에게 단순하게 답변했다. 첫째, 일반 사기는 남을 속여 부당 이득을 챙기는 데 비해 페인팅은 서로 속여도 된다고 합의된 상태에서 이뤄진다.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발생한다는 점도 페인팅이 사기와 다른 점이다.

둘째, 페인팅은 0.06~0.1초라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지는 반면 사기 범죄는 치밀한 계획과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하다. 페인팅으로 상대를 속이고 싶어도 유도 동작이나 본 동작이 지나치게 느리거나 빠르면 속지 않는다. 상대가 유도 동작과 본 동작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셋째, 사기는 당하고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페인팅은 속았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넷째, 페인팅을 기막히게 잘하면 상대방이 박수를 보내고 격려해준다. 일반 사기는 박수 대신 감옥에 간다. 피눈물만 날 뿐이다. 다섯째, 페인팅 기술이 뛰어나면 몸값도 상승한다. 일반적인 사기는 아니다. 사기 범죄와 페인팅의 차이점은 하늘의 별보다 많다.
결론적으로 운동 종목의 페인팅은 사기가 아니다. 오히려 팬들에게 행복과 기쁨을 가져다주는 멋진 기술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이 한창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메시나 호날두처럼 멋진 페인팅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가 나타나길 빈다.

동서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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