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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현장] 부울경, ‘우리가 남이가’ /김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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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남이가’.

이 말은 대한민국을 지역주의로 내몬 대표적인 구호다. 199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영남권의 단결을 유도하기 위해 권력자들이 만든 말이다. 적폐 청산 대상에 ‘구호’나 ‘말’이 있었다면 당연히 1순위로 꼽혔을 것이다.

이 말을 꺼낸 이유가 있다. 6·13지방선거로 부산 울산 경남에서 지역 정부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부울경에 씌워진 보수 색채가 28년 만에 지워졌다.

정권 교체로 부울경은 균형 잡힌 날갯짓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자유한국당 계열의 보수 세력들이 한쪽 날갯짓만 하면서 부울경은 비상하지 못하고 추락했다. 이제는 또 다른 날개로 비상할 구조가 형성됐다.

이 시점에서 갑자기 생각난 구호가 아이러니하게 ‘우리가 남이가’이다. 물론 이 구호를 앞세워 지역주의를 조장할 생각은 없다. 다만 새롭게 부울경을 끌어갈 시장·도지사들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를 제기하려고 한다.

바로 부울경의 화합이다. 특히 부산과 경남의 관계 회복이다. 부산과 경남은 이웃해 있다. 부산 시민 상당수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경남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도 명절이 되면 부산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도로는 남해고속도로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형제자매의 관계인 셈이다.

그런데 그 형제자매의 사이가 극도로 좋지 않았다. 그동안 적지 않은 문제로 싸우면서 거의 의절 수준에 이르렀다. 기억을 억지로 짜내거나 자료를 일일이 찾지 않아도 부산과 경남의 갈등 역사를 몇 개는 쉽게 예로 들 수 있다. 신항의 명칭부터 물 문제, 최근에는 신공항 입지 선정을 놓고 부산과 경남은 평생 서로 보지 않을 사람들처럼 싸웠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화해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그동안 부울경의 시장과 도지사는 같은 당 소속이었지만 형제자매 같은 사람들이 지독하게 싸워도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중재할 생각은커녕 갈등을 조장했는지도 모른다.

이제 정권이 바뀌었다. 그동안 부울경을 끌었던 사람들과 달리 새로운 사람들은 ‘원팀’을 외친다. 정책과 비전을 공유하겠다는 말을 선거운동 기간 힘을 주면서 되풀이했다.

그래서 ‘우리가 남이가’란 말이 떠오른다. 적어도 부울경에서 ‘우리가 남이가’는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말이 아니라 화합하고 힘을 합치는 데 쓸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부울경이 하나가 돼야 하는 이유는 흔한 말로 차고 넘친다. 당장 신공항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은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 후에는 더 강력한 추진을 표방했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만의 의지로 해결되지 않는다. 밀양 신공항을 앞세워 치열하게 유치 경쟁을 벌였던 경남과의 조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부산과 경남은 반목과 대립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어디 그뿐인가. 부울경 모두 극심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문제는 한 지자체의 노력만으로 헤쳐 나가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원팀이고 ‘우리가 남이가’이다.
지방선거에서 무산됐지만 지역 분권 개헌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다. 진정한 지역 분권을 실현하려면 지역 간 협력이 필요하다. 우선이 부울경이고 더 크게 보면 대한민국 전체다.

사회2부 부장 kuki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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