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오는 7월 1일부터 실시되는 ‘근로시간 단축 근무제’와 관련해 올해 말까지 6개월간 단속과 처벌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은 어제 열린 고위 당정청회의에서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여파를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최종 결정은 내주 열릴 경제장관회의에서 내려질 예정이나 제도 연착륙을 위한 발판이 일단 마련됐다는 점은 긍정적인 일이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자는 이 제도는 ‘일·가정 양립 문화’ 확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이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도 시행은 한국 노동시장의 큰 틀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 사안이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 근무제가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는 한편 청년 일자리 창출과 출산율 제고 등의 효과까지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 시행에 대비한 사전준비가 부족한 업체가 적지 않은 데다 정부의 뚜렷한 지침도 나오지 않아 현장에서는 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법 시행 이후 20일로 한정된 계도기간을 어길 경우 곧바로 처벌과 단속 대상이 되는 까닭에 근로시간을 단시일 내 조정하기 힘든 서비스 관련 업체 등에서는 한순간에 범법자로 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도 팽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이 최소 6개월의 유예기간을 달라고 정부 측에 계속 건의했던 이유다.

당정청이 경제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법 적용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처벌보다는 계도를 통해 제도를 정착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대상 기업들은 6개월 유예조치가 나온 만큼 남은 기간 미흡한 점을 보완, 내년부터는 실질적인 주 52시간 근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옳다. 정부도 이 기간 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한 뒤 업종별 특징을 반영한 노동시간 단축방안 등 지금까지 제기됐던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