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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다시, 지방분권 개헌이다

여, 기초의회까지 장악한 놀라운 지방선거 결과

동력 잃은 지방분권 개헌, 힘 실릴 천금의 기회 얻어…좌고우면 말고 재추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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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끝났고, 저마다 받아 든 성적표를 분석하느라 바쁘다. 한쪽에선 죽을죄를 지었다고 석고대죄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 쪽에선 자만해선 안 된다며 표정관리 중이다. 어느 쪽이든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결과에 아직도 반신반의할 정도다. 믿기지 않겠지만 보수는 궤멸했고, 진보는 날개를 달았다는 게 성적표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지역주의는 한층 옅어졌고, 여당은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했다. 부산·울산·경남은 그 변화의 중심에 우뚝 섰다.

흔히들 지방선거는 지방선거일 뿐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집권 여당을 심판하는 중간평가라는 성격이 있긴 해도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의미나 관심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매번 성적표가 나오고 분석이 뒤따르지만 상대적으로 이내 잊혀지곤 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석권했을 때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충격적인 결과이긴 했어도 이번 지방선거 정도는 아니었다. 부울경의 변화에 더해 전국에서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기초의원까지 민주당이 대거 장악한 까닭이다. 이번 선거가 결코 쉽게 잊혀질 수 없고, 그 누구도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폐족이 되다시피 한 보수로서야 절치부심해야 할 상황이어서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다만, 곳곳에서 다양한 훈수가 넘쳐나니 굳이 더 보탤 필요가 없을 듯하다. 또 다른 관심의 한 축은 여당이다. 스스로도 입이 쩍 벌어질 만큼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기에 의존한 선거라지만 능력과 노력에 비해 과분한 결과임은 분명하다. 어찌됐든 이 엄청난 성적표를 들고 과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민심이 집권 여당에 던진 새로운 명령에 어떻게 부응할 것인가가 과제로 남았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내놓은 ‘6·13지방선거 결과의 5대 포인트’라는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그 일성은 이번 압승이 민주당의 능력과 성과가 낳은 결과라기보다는 보수세력의 지리멸렬에 따른 반사이익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만이나 패권적 태도는 금물이라고 덧붙였다. 정확한 분석이고 마땅히 그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보수세력 대신 민주당을 선택한 국민에게 남북화해와 지방분권, 혁신성장 등 시대적 과제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 성과와 비전으로 말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민주당이 이뤄내야 할 숙제를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게 있다. 민주당 보고서에서도 시대적 과제로 언급한 지방분권 개헌이다. 문 대통령이 발의한 지방분권 개헌안이 끝내 국회 문턱 근처에도 가지 못하면서 이번 선거 의제에서 실종된 탓이다. 아무리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나 드루킹 사건 등이 블랙홀이었다 해도 여야 할 것 없이 지방선거 후보 대다수에게서 지방분권 목소리를 듣기는 힘들었다. 이미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가 물 건너간 상황이니 이해할 만도 하다. 그러나 잠시 잊혀지긴 했을망정 이대로 그간의 동력을 멈출 수는 없다. 이를 감안할 때, 민주당 보고서가 남북화해 및 혁신성장과 함께 지방분권을 주요 과제로 제시한 것은 당연하고도 적절하다.

이번 선거 결과는 자유한국당이 정략적 목적으로 지방분권 개헌 약속을 뒤집은 것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기도 하다. 여전히 막강한 국회 권력만 믿고 민의를 헌신짝처럼 내버린 후폭풍이다. 지방에 대한 관심은 없었고 오로지 표를 구걸하는 대상으로만 지방민을 대했다. 선거 전 6월 중 개헌안을 발의하고 9월 중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새로 약속했지만 이를 믿는 유권자가 얼마나 됐을까. 일단 선거만 치르고 보자는 얄팍한 수는 더는 통하지 않았다.

앞으로 한국당이 지방분권 개헌을 둘러싸고 또 어떤 입장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여지껏처럼 국회 권력에 기대 온갖 구실을 달며 피해갈 공산이 적지 않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민주당 지방권력이 전국적으로 기초의회까지 장악한 마당이다. 한국당이 어떤 태도를 보이든, 한층 세 진 지방권력의 힘으로 중앙의 국회 권력을 압박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자만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때론 머뭇거려선 안 될 일도 있다. 지방분권 개헌이 그것이고 지금이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더할 수 없는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방분권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이제서야 지역주의의 그림자는 옅어졌고, 지방분권 개헌의 동력은 되살아났다. 노 전 대통령의 후예인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그 꿈을 완성시켜야 하는 빚이 있다. 중앙의 시각에 매몰된 국회 권력을 에워싸고 있는 거대한 지방권력이 이제 든든한 뒷배다. 기나긴 일당 체제에서 벗어난 부울경도 원군이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다시 지방분권 개헌을 밀어붙여야 한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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