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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정치인과 황제펭귄의 허들링 /오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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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6-13 22:23:4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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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들링(hurdling). 달리며  장애물을 뛰어 넘는 육상 경기 종목이다. 상대를 원 밖으로 밀어내는 놀이를 이르기도 한다. 제7회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13일, TV로 개표 결과를 보는 동안 정치인과 황제펭귄의 허들링이 ‘오버랩’ 됐다.

먼저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상대 후보의 거친 태클을 뛰어넘으며 결승점으로 달려가는 것으로 비쳤다. 정책대결보다 상대 후보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며 네거티브 선거전 양상을 보였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같은 초대형 이슈에 묻혀 후보들은 지역의 청사진을 유권자에게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부 후보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공직선거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허들 한두 개를 교묘하게 넘어뜨리는 것 같았다. 다른 레인에 있는 허들을 넘거나 손이나 발을 이용해 고의로 허들을 넘어뜨렸다고 심판이 판단하면 그 선수는 실격으로 처리된다.

한편으로는 남극 황제펭귄의 허들링도 떠올랐다. 6월은 북반구에서 초여름이지만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극에서는 겨울에 해당한다. 남극 겨울은 영하 50도 안팎의 혹한에다 시속 100㎞ 블리자드(눈폭풍)가 몰아친다. 황제펭귄 수천 마리는 얼어 죽지 않으려고 서로의 몸과 몸을 빽빽이 밀착시켜 몇 겹의 원형으로 한 덩어리를 이룬다. 바깥쪽에 선 펭귄의 체온이 낮아지면 안쪽에 있는 다른 펭귄이 자리를 교대하는 허들링 방식으로 집단 전체의 체온을 유지하고 혹독한 추위를 견뎌낸다. 가장 안쪽과 바깥쪽의 온도 차이는 10도가량 난다고 한다. 

펭귄 무리가 얼어 죽지 않고 생존하는 비결은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기 때문이다. 배척하지 않고 부둥켜안음으로써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셈이다. 인간도 매서운 바람이 몰아칠 때 혼자 맨몸으로 맞서면 쓰러지고 만다. 펭귄처럼 혼자 살아 보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모두를 위해 약간의 희생을 감수하며 서로의 바람막이가 되어준다면 그 어떤 시련도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정치인의 허들링은 펭귄과 달리 그다지 아름답지 못했다. 내 고장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비전 제시와 정책 대결보다 지방권력 교체와 정권 견제를 놓고 정쟁으로 변질되어서다. 

아름다운 반전도 있었다. 지난 12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0년간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악수하는 장면이 그랬다. 순간 황제펭귄의 허들링이 연상됐다. 황제펭귄은 지구에 서식하는 펭귄 18종 가운데 몸집이 가장 크다. 기자가 2015년 11월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 취재 갔을 때 키가 큰 황제펭귄은 성인 허리까지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체격이 좋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손을 맞잡은 것도 그렇고, 김 위원장의 검정 인민복과 트럼프 대통령의 흰 드레스 셔츠가 흰색과 검정이 앞뒤로 있는 황제펭귄의 피부 이미지와 오버랩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지방선거가 끝났다. 당선인은 황제펭귄의 허들링에서 선거 이후 무엇을 해야 할지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상대 후보와 자신을 지지 않은 유권자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끌어안는 포용과 화합의 리더십이 절실해 보인다. 지지자와 자기 선거 참모만 챙겨서도 안 된다. 모두 껴안고 가야 지역 공동체의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 낙선인 역시 당선인의 발목을 잡을 게 아니라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힘을 보태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도시 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전 세계 도시마다 교통 혼잡, 환경 오염, 실업난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시티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공급자 중심의 U(유비쿼터스)시티와 달리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에 성패가 달렸다. 당선인이 자기 사람만 챙기고 포용과 화합 리더십이 없다면 시민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는 황제펭귄의 허들링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면 도시 발전도 어려워진다. 삶의 질 저하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로 지방권력 구조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낡은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거꾸로 보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정치인과 시민 모두 대자연의 지혜를 겸허하게 배워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의료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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