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올해 유엔환경계획에서 환경도시로 선정되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20’에 꼽혔다. 한 주를 머물며 탐색한 부산은 450만이 사는 대도시라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쾌적하고 아름다웠다.

부산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곳이었지만 성장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로 환경을 많이 훼손시켰다. 도심에 넓은 바다가 있으나 시민의 친수공간이 되지 못하고 고농도의 미세먼지로 하늘의 푸르름까지 잃었으나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사람과 생태를 살리고 지속가능한 꿈의 도시로 거듭났다. 산과 바다와 강이 어우러지는 수려한 자연자원을 녹지대, 공원, 도심 보행전용지역과 연계해 걷는 도시를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희망 없는 노령도시였던 부산엔 관광객들이 넘치고 도시를 떠났던 젊은이들이 돌아와 활기가 가득한 모습이다.

이 도시에선 웬만한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로 통학하고 출근한다. 에너지 경감과 건강, 삶의 활력까지 얻고 환경은 쾌적해진다. 부산 갈맷길은 어촌스테이, 템플스테이, 첨단농장체험 등 다양한 지역 체험과 함께 관광객들에게 도시 재방문의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부산에서 두만강까지 이어진 트레일인 ‘삼천리금수강산길’의 대장정은 오륙도에서 시작되는데 한국 젊은이들의 로망이다.

산림과 공원에서 이루어지는 숲생태, 숲치유, 탐조, 명상길 걷기 등 다양한 숲 체험프로그램은 학생과 일반 시민을 위한 교육과 여가활동이 되고 외지 관광객들에게 각광받는 관광상품이 된다. 학교와 마을 텃밭, 공유지의 시민농원, 사회적 약자를 고용해 운영하는 생태 텃밭과 판매장 등 도시농업은 치유와 커뮤니티 공간이 되고 일자리 창출과 먹을거리의 안전성 확보, 에너지 절감으로 이어진다.

쾌적한 환경 덕에 수많은 국제회의와 행사를 치르는 부산은 관광과 MICE 산업이 발달했고, 국제영화제를 33회째 개최하는 역량 있는 영화산업도시이기도 하다. 지금 2028 BIFF가 열리고 있는 부산엔 유명 감독, 스타가 대거 방문해 각국에서 영화 마니아들과 함께 이 도시를 즐기고 있다.

조곤조곤 도시의 이야기가 들릴 듯한 오래된 건물과 골목, 천 년 역사 속에 수행전통이 면면히 이어지는 사찰, 생기 넘치는 전통시장, 다양한 청년문화와 에너지, 전문성과 특성을 지닌 훌륭한 대학·연구소·기업 등 부산은 전통과 현대, 창의와 감성, 생태와 문화가 조화를 이룬다. 생태적 선택으로 문화와 경제까지 챙긴 지혜로운 도시이다. 기존의 성장정책을 탈피하고 저비용 저에너지 고효율의 성실한 도시전략을 택한 부산의 꿈과 용기에서 많은 교훈을 얻는다.

상상의 나래는 여기서 접는다. 한 도시가 완전히 변화되기에 십 년은 조금 촉박하지만 상상만으로 끝내기엔 부산은 너무 아까운 도시다. 도시 규모도 적당하고 수려한 환경이 있으니 깨어 있는 시민정신과 혁신적인 리더들, 공직자들의 열정이 합해진다면 부산의 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우린 그간 하드웨어와 외형에만 몰입하며 심하게 소진해왔다. 부산은 이미 많은 시설과 기반을 갖추었다. 멋있는 오페라하우스는 문화도시의 허울은 될 수 있으나 진정한 가치는 그곳에서 열리는 공연물의 수준과 내용, 활용도가 결정짓는다. 외형에 걸맞은 정신과 내용을 담아야 찬란하게 빛나는 것이다. 이젠 이 도시가 정말 드높은 정신으로 문화를 담을 때가 됐다.

이젠 뒷심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환경적으로 바르게 사는 도시청사진을 새롭게 만들기, 진행 중인 거대 사업들을 냉철하게 재검토하고 조율해 마무리하기,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활용하기, 창의가 돋보이는 콘텐츠 담기, 그리고 화룡점정의 마무리는 성실하고 정직하게 가꾸고 관리하는 것이다. 도시에 대한 꿈과 방향의 설정은 시민들의 몫이다. 민관의 소통 채널과 시민참여 거버넌스가 확립돼야 하는 이유이다. 걷는 도시와 관련된 주요사업 등은 콘트롤타워로 일원화되고 또한 정확한 매뉴얼로 인수인계 시에도 같은 논의와 시행착오가 반복되는 소모성 시정이 사라져야 한다. 아름답고 안전한 도시에서 우리 자식들을 타지로 내보내지 않고 늠름하고 행복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명상교육가·(사)걷고싶은부산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