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자수첩] 침묵하는 민심, 왜 /이승륜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쉿! 여기서는 잘못 말했다가는 싸움 난다.”

최근 ‘6·13 격전지를 가다’ 취재를 위해 찾은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지역 민심을 묻는 기자에게 한 상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후보를 구청장으로 뽑을 예정이냐’는 질문에 그 상인은 “여기는 한 집 걸러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지지자가 섞여서 장사한다. 말조심해야 한다”면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기호를 손가락으로 살짝 표시했다. 한 동네 금은방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카더라’식 화법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왜 그렇게 돌려 말씀하시냐”고 물었더니 “요즘 것들(젊은 층) 눈치 보여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는 정치권 안팎에서 언급되는 ‘샤이 보수’의 실체다. 보수 정당은 이들 샤이 보수층의 지지를 믿고 최근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의 저조한 지지율은 문제가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는 지난 2일 기자의 밀착 동행 취재 도중 “샤이 보수만 있는 게 아니다. 보수 색이 강한 부산에서는 ‘샤이 진보’도 존재한다”며 또 다른 ‘바닥 민심’을 전하기도 했다.

‘샤이(Shy)’ 유권자의 정체가 뭐가 됐건 이들이 침묵하는 원인은 제각각이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말했다가는 자칫 ‘적폐 또는 좌파’로 낙인찍히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1950년대 미국의 공산주의 낙인찍기인 ‘메카시즘’ 광풍이 21세기에 부는 것이라며 정치적 다원성의 실종을 우려한다.

또 다른 문제점은 ‘샤이’로 포장된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들 대부분은 최근의 한반도 평화 이슈나 문재인 대통령 관련 이야기는 알아도 지방정치의 존재 이유와 인물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들 상당수가 ‘정치 혐오’를 정치 무관심과 연관 짓지만  지방선거 자체와 날짜조차 모르는 사례도 많다는 점에 비춰볼 때 정치 혐오는 그저 핑계인 듯싶다.

이번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샤이’ 유권자가 많다는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정치적 의견의 다양성 실종을 보여준다. 남의 눈치를 보는 것이든, 잘 몰라서이든, 관심이 없는 것이든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제대로 밝힐 수 없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샤이 유권자가 많을수록 아전인수식 해석의 여론조사로 인해 민심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을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선거에서도 왜곡된 민의로 표출될 우려가 크다.

정치부 thikkboy7@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북항은 진정한 부산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기고 [전체보기]
미래 수산식품산업을 생각하며 /남택정
진실의 순간(MOT·Moment Of Truth) /빈대인
기자수첩 [전체보기]
깨지지 않은 ‘서부산 징크스’ /임동우
부산시의 가덕신공항 배수진 /김해정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반려동물’ 수난 시대
‘스마트’하게 살지 않을 권리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국악 선입견과 마주하기
제례악에 내포된 음양오행 사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中企를 위한 금융은 없다? /정유선
김복동을 잊지 말자 /이병욱
도청도설 [전체보기]
로저스의 방북
역사왜곡처벌법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자기 표현의 기술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읽으며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그타르트
진화하는 통영 꿀빵
사설 [전체보기]
새 국면 맞은 신공항, 부산시 치밀한 전략이 관건
수빅 리스크 해소 한진중, 뼈 깎는 자구책 마련을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출산 절벽시대 ‘인구 장관’ 필요하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기절을 부르는 비너스
미술관을 지키는 강아지
이홍 칼럼 [전체보기]
개념도 정리 안 된 ‘4차 산업혁명’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되살아나는 박근혜의 그림자
보행친화도시로 가는 길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발랄라이카와 닥터 지바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프랑스와 미국의 와인전쟁
포도의 변신은 무죄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 복간30주년기념음악회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 유콘서트
경남교육청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해맑은 상상 밀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