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개와 늑대의 시간이 왔다 /권혁범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6-06 19:08:29
  •  |  본지 30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선거를 이처럼 재치 있게 표현한 글을 봤었나 싶어, 최근 읽은 문장을 우선 소개한다.

‘선거는… 심하게 말하면 ‘노예가 지배자가 될 귀족을 고르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다시 선거를 진지하게 바라봐야 한다. ‘닥치고 투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욱 중요한 일은 시민들이 차가운 시선과 뜨거운 가슴으로 우리의 대변자라고 떠드는 사람들을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저마다 우리의 충견이 되겠다고 하지만 훗날 탐욕스러운 늑대였던 경우가 많았다. 설령 개를 뽑았다고 해도 광견이 되어 주인에게 이빨을 드러내는 경우도 많았다. 늑대들에게 속지 않도록 주의하고 개가 날뛰지 못하도록 목줄을 꽉 붙잡아야 한다’. (‘개와 늑대들의 정치학’·함규진)

또 ‘황혼’이 왔다. 빛이 어둠으로 바뀌며 세상이 어스름해지는 시간이다. 저 언덕 너머에서 다가오는 실루엣이 우리가 기르던 개인지 우리를 해치려는 늑대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특히 ‘서울의 황혼’보다 ‘지방의 황혼’은 훨씬 위험하다. ‘서울’이라 통칭하는 수도권에선 개와 늑대의 실루엣에 비춰볼 작은 손전등이라도 있다.

며칠 전 한국기자협회의 전화를 받았다. 포털사이트 메인 화면에 지역언론사 기사가 전혀 노출되지 않는 것에 관해 무엇이 문제인지를 물어 왔다. 쉬운 예를 들어 답했다. “6·13지방선거가 한창이죠? 그럼 부산시민은 하루 동안 부산시장선거 기사를 몇 건이나 볼까요? 서울시장 기사를 10건 접한다고 치면, 부산시장 기사는 고작 한두 건 아닐까요? 포털의 힘이 막강함을 넘어 권력이 된 지금, 포털이 보여주는 기사가 ‘서울’뿐이니. 부산시민은 투표권도 없는 서울시장 기사에 더 많이 노출됩니다. 자연스레 관심은 그쪽 선거에 더 쏠리게 마련이겠죠. ‘수도권선거’ ‘서울선거’가 아닌 지역분권의 기초가 될 ‘지방선거’인데 말입니다.”

같은 날 퇴근 후 TV를 켰다.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가 한창이었다. 황금시간대라 불리는 밤 10시부터 전국에 생중계됐다. 어색했다. “난 경기도지사 투표권이 없는데? 부산시장 후보 토론회를 보고 싶은데?” 부산시장 후보 토론회가 지역방송에서라도 황금시간대 편성되거나, 전국에 중계되는 건 꿈만 같은 일이다. “수도권 광역단체장은 차기 대권 후보로 분류되니 당연하다”라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때 득표율 1, 2위 후보는 직전 부산 사상구 국회의원, 경남도지사였다.
다음 날 포털사이트는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 기사로 도배됐다. 오전 한때 실시간 검색어 1~10위 가운데 9개가 토론회 관련 단어로 채워졌다. 부산시민 상당수가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를 보고, 모바일로 기사까지 읽었으리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그날, 국제신문 정치면엔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부산시장 후보? 몰라요’.

그리고 그다음 날, 역시 황금시간대에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가 전국 전파를 탔다. 부산시민이 부산시장 후보 이름은 몰라도 서울시장·경기도지사 후보는 알 수도 있겠다, 국회의원 부산 해운대을 보궐선거는 몰라도 서울 송파을 재선거는 알 수도 있겠다는 서글픈 생각까지 스쳤다. 사정이 이러니 부산시민을 비롯한 지역민이 이번 선거에서 충견과 광견을 골라내기는커녕 개와 늑대를 가려내는 것조차 불가능에 가깝다. 언덕 너머 털북숭이의 실루엣에 비춰볼 껌뻑이는 손전등마저 없는 이가 너무 많다.

그래서 우리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보여주는 대로만 보고, 들려주는 대로만 들어선 안 된다. 스스로 열심히 필요한 정보를 찾고, 집요하게 질문해서 대답을 들어야 한다. 바빠서 그럴 수 없다면, 포털사이트에서 ‘서울 뉴스’ 볼 시간에 선거관리위원회나 지역언론사 홈페이지를 한 번씩만 훑어보자. 우리는 귀족의 노예가 아니라, 늑대나 광견에게 물어뜯길 ‘핫바지’가 아니라, 충성스러운 개의 주인이 되기 위해 투표한다. 4년 전에도 8년 전에도 ‘우리 동네 일꾼’을 자처하며 거리에서 떠들던 개와 늑대들의 말대로라면 당장이라도 새 세상이 왔어야 했지만, 우리는 한 번도 그런 세상에서 살아본 적 없다.

저물녘, 또 개와 늑대들이 왔다. 정신 바짝 차리자. 목줄을 꽉 붙잡자. 충견을 기르자. 광견과 늑대가 우리 주인 행세하는 꼴을 또 볼 수는 없지 않은가.

디지털뉴스부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부산교통공사
우리은행

 많이 본 뉴스RSS

  1. 1[뉴스와 현장] 르노삼성 노사갈등 해법은 스킨십 /조민희
  2. 2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16> 밥상 위의 출세어(出世魚)
  3. 3부산도시공사, 걷기 좋게 연결한 절경 해안로…즐길거리 더 많아진 ‘오시리아’
  4. 4상대방 몰래 마약 먹인 남성 또 적발
  5. 5한숨 돌린 토트넘, 벼랑 몰린 맨유
  6. 6주택가 정신질환자 공동생활시설 조성에 주민 반발
  7. 7부산교통공사, 도시철도 개통 34주년…전담본부 신설로 안전사고 제로 도전
  8. 8현수막 하나에…때 아닌 중·동구 통합설
  9. 9[서상균 그림창] 우리가 만든거니 우리 맘대로…
  10. 10총리실 “당장 신공항 조직 계획 없다”…부울경·국토부 간 먼저 조정 재요구
  1. 1‘정알못’ 위한 패스트트랙이란, 사보임이란
  2. 2 고민정 남편 조기영 시인의 편지 “당신을 문재인에게 보내며”
  3. 3문희상 임이자 성추행 논란… 한국당 현수막 제작시점에 의문 제기
  4. 4“‘임이자는 올드미스’ 문희상 성추행 주장한 이채익도 함께 사퇴하라” 요구도
  5. 5문희상 보고 달려와 양팔 벌린 임이자 “길 비켜”vs“성추행”
  6. 6문희상 ‘저혈당 쇼크’ 병원행… ‘사퇴요정’ 이은재 “사퇴하세요” 직후 추정
  7. 7유시민 1980년 계엄사 자백진술서 등장… '운동권 동료 적시' 주장도
  8. 8바른미래당 ‘사보임 내홍’ 패스트트랙 위한 정치권의 제물
  9. 9이지애 아나운서 “고민정, 한결같고 자랑스런 선배”
  10. 10靑 대변인에 고민정… 시인 남편과의 러브스토리 화제
  1. 1부산도시공사, 걷기 좋게 연결한 절경 해안로…즐길거리 더 많아진 ‘오시리아’
  2. 2부산교통공사, 도시철도 개통 34주년…전담본부 신설로 안전사고 제로 도전
  3. 3홍남기 “성장률 연 2.6% 달성에 수단 총동원”…추가 추경엔 선 그어
  4. 4녹색이 눈 피로 줄인다…물고기 연구서 사실로 확인
  5. 5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 지원사업 설명회
  6. 6한국가스공사, 수소 인프라·2021년 대구 ‘가스올림픽’ 등 미래 에너지 책임진다
  7. 7부산시 소상공인희망센터, ‘제로페이 부산’ 전담…가맹점·사용자 확대 힘 쏟는다
  8. 8벡스코, 제3 전시장 확충 본격화…지역 마이스업계와 상생협력 구축
  9. 9한국자산관리공사, 영세 자영업자 부실채권 정리, 중기 경영정상화 뒷받침
  10. 10한샘, 수영SK뷰 입주민 대상 박람회
  1. 12019근로장려금 신청자격, 총소득 홑벌이 3000만 원·맞벌이 3600만 원 이하
  2. 2‘머슬마니아’ 출신 양호석, 전 피겨선수 차오름 폭행 혐의
  3. 3“조현병 증상이 어떻대요?” 조현병 환자 기피 풍토… 정작 범죄 비중은 0.4%
  4. 4양호석 인스타그램에 누리꾼들 몰려 비난 봇물
  5. 5박근혜 형집행정지 불허 의결…"수형생활 불가능 수준 아냐"
  6. 6박유천 연예계 은퇴… 네티즌 “은퇴 아닌 퇴출이지”
  7. 7박유천 “어떻게 필로폰이 몸 속에 들어갔는지 확인”… 네티즌 “뭔 소리야”
  8. 82019근로장려금 신청자격 최대 300만 원 받으려면 ‘맞벌이 가구’일 때
  9. 9조두순 얼굴 공개… 최근까지도 ‘소아 성애 불안정’ 평가
  10. 10조두순 사건 담당 판사 “징역12년이면 양형기준에 비해 중형”
  1. 1맨시티 맨유 잡고 1위 우뚝… 맨유 프리미어리그 순위 6위 챔스 가능할까
  2. 2맨유 맨시티, 승부의 추는 어디로?
  3. 3맨유 VS 맨시티 EPL 우승팀 가를 맨체스터 더비...순위 ‘주목’
  4. 4강승호 음주운전 적발, 임의탈퇴 가능성은?
  5. 5'고수를 찾아서 2' 절권도 고수 이재성 한국오리지널절권도 관장
  6. 6세계 157위 안재현,랭킹 4위 일본 하리모토와 16강서 격돌
  7. 7한숨 돌린 토트넘, 벼랑 몰린 맨유
  8. 8류현진 27일 피츠버그전 선발 등판…강정호와 첫 대결 성사되나
  9. 9미국선 처음이지…괴물-킹캉 27일 LA 결투
  10. 10몰락한 한국육상…아시아선수권 노메달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두 强기업의 즐거운 도시 실험
삼일정신을 다시 바라보다
기고 [전체보기]
총허용어획량 시범사업 어업인 앞장서야 /정연송
4차 산업혁명 그리고 센텀 2지구 /이갑준
기자수첩 [전체보기]
아직 피는 완전히 씻기지 않았다 /신심범
역사 외면한 부산시의 무리수 /황윤정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누구를 위하여 ‘경제의 종’은 울리나
정치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느린 호흡의 의미
말모이와 국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르노삼성 노사갈등 해법은 스킨십 /조민희
청와대는 ‘내로남불’ 민심 귀 기울여야 /김태경
도청도설 [전체보기]
농지개혁 70주년
박찬호의 ‘한만두’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익산 팸투어의 감흥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며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기장멸치식해와 엔초비
전병과 갈레트
사설 [전체보기]
금융위기 이후 최저 성장률…적극적 부양책 내놔야
잇단 조현병 범죄 공적 관리체계 구축 서두르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행복, 복지국가, 그리고 비례대표제
노동자 건강과 생명보다 중한 건 없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고난의 역사 견뎌낸 명화
황제의 이중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기업인이 알아야 할, 여성들의 정보탐색법
먹방,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암운 드리운 도보다리 회담 1주년
과연 민심이 무섭긴 한 걸까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라일락의 계절 4월
연둣빛 봄날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음식의 조화
봄에 마시는 와인, 로제와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개 짖는 소리에 세상을 알다
태극기 흔들며 기뻐 춤을 추다
  • 2019 다이아모든브리지 걷기축제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19부산하프마라톤대회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