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11~1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 기간 중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질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방러 초청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북러 정상회담 합의 사실을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오는 21~23일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한러, 북러 정상회담이 이어지게 됐다. 현재 우리 정부는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하기 위해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 건설과 세 나라의 철도를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 중인 터라 남북러 신북방 경제협력의 물꼬를 틀 수 있는 호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달 15~18일 러시아 국영가스회사인 가스프롬과 남북러 가스관 건설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가스프롬은 “국제정세가 완화되면 남북러 가스관 건설이 가능하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이 사업을 통해 북한은 노동력 공급 대가와 가스관 통과료를 받을 수 있어 세 나라 모두에 유익한 셈이다. 남북러 철도 연결도 눈앞에 다가왔다.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과 시베리아횡단철도를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 동해북부선은 104㎞의 단절구간(강릉~제진)만 뚫으면 개통된다.

때마침 북러가 경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번 방북 기간 양국의 무역과 경협 확대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합의한 사항들을 구체화하는 작업으로 보인다. 신북방 경협의 미래를 밝히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관건은 북미관계 개선이다. 북미가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체제 보장 ‘빅딜’을 이루지 못한다면 남북러 신북방 경협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신북방 경협은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반도 화해 작업이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라브로프 장관의 말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우리 정부가 거듭 새겨야 할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