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예외 없이 진행 중인 현상이다. 기상청에 의하면 2070년이 되면 한반도 남부 지방은 아열대기후 권역에 포함되고, 2100년에 이르면 제주도 및 남부지방에는 겨울이 사라져 아열대가 된다고 한다. 바다 역시 기후 변화에 예외일 수가 없다.

특히 바다는 수온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영향을 받아 수온 1도 이상의 변화는 육지에서 5∼10도 이상 변한 것과 비슷하다고 해양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리 바다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온 상승률을 보인다. 최근 50년 동안 우리 바다의 표층 수온의 상승 폭은 약 1.23도로 전 세계 표층 0.47도보다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온 상승으로 남해안에서 주로 어장을 형성하던 멸치들이 최근 동해와 서해까지 북상하여 어장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오징어는 8∼10월 주로 동해에서 잡혔으나 수온이 상승한 서해에서도 어장이 형성되어 지금은 서해의 대표 어종이 됐다.

힘이 세고 겨울철 횟감으로 유명한 방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제주 방어를 떠올릴 것이다. 제주 모슬포하면 방어 축제로 유명하다. 그러나 지난해 제주 모슬포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그 이유는 매년 11월 하순에 열리는 방어 축제에 방어가 부족해 강원도 고성에서 긴급 공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기후 변화에 의한 수온 상승으로 겨울철 제주 바다 수온이 떨어지지 않자 동해로 북상했던 방어들이 제주로 내려오지 않고 강원도 인근 해역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제주에서 잡힌 방어의 어획량은 평년보다 40~60% 감소한 반면 강원도·경북 지역은 배 이상 잡혀 어업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독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10여 년 동안 동해 독도 주변 해역에 서식하는 어류 분포 현황을 조사해 보니 제주 토박이였던 자리돔이 독도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에서 2010년 1163ｔ 잡히던 자리돔이 지난해 135ｔ으로 급감해 제주 어민들에게 큰 고민이 됐다. 제주 명물 옥돔 역시 울릉도 인근 해역으로 북상해 서식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지난해 여름 우리는 정말 뜨거운 폭염을 경험했다. 하루가 멀다고 내륙지방의 열기와 온도는 지난 기록들을 경신했고, 바다 수온 역시 기록적인 고수온으로 양식장의 많은 물고기가 질병과 스트레스로 폐사했다. 반대로 겨울철에는 기록적인 한파에 의한 저수온이 장기화하면서 많은 양식생물이 동사해 어업인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안겼다.

이러한 기후 변화는 자연현상이지만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양식어업인의 고충 해소와 국민 식탁에 건강한 수산물 공급을 위해 유전자 변형 없이 첨단 선발육종기술을 이용해 고수온과 저수온, 그리고 질병에도 강한 양식품종 개량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그 예로 일반 넙치보다 성장 속도가 30% 이상 빠른 킹넙치(육종넙치)를 개발했고, 최근에는 같은 기술을 이용한 킹전복(육종참전복)을 개량해서 양식 어가에 보급하고 있다.

또한 첨단 과학장비를 탑재한 과학조사선 3척을 확보해 동·서·남해를 동시에 조사할 수 있어 자료수집의 불연속성을 해결했다. 최근에는 4차 혁명기술 중의 하나인 인공지능(AI)으로 해양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과학적인 예측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우리 바다를 입체적으로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 영향의 종착역은 언제나 우리 인간에게로 향한다. 지구온난화, 이상기후 등의 현상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미리 준비한다면 자연재해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국립수산과학원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통해 어장 정보와 조업 시기를 어업인에게 제공할 것이다. 또 변화하는 생물들의 산란 시기와 산란장 연구를 통해 금어기 및 조업금지구역 설정 등 탄력적인 정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국립수산과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