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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의 세설사설] ‘문재인 케어’ 걷어치우라면 국민은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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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6-03 18:42:39
  •  |  본지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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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비 부담을 크게 낮춰 큰 병 뒤치다꺼리가 몰고 오는 가계 파탄을 막아 준다는데. 대통령은 전 국민 의료비 부담이 평균 18%, 저소득층의 부담은 46%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던 터다. 그런데 의사들이 그걸 극력 반대하는 까닭은 뭘까. 자기네가 직접 수가를 매기는 비급여 항목으로 적자를 벌충해 왔는데 죄다 급여 항목에 넣어 버리면 자기네는 어쩌냐는 것.


‘급여항목 확대’라는 대의에 반대하기 전에 당신네의 경영수지 계산서부터 내놓아 보라. 당신들 주장이 엄살인지 아닌지, 병원 운영에 거품은 없는지.…나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환자 중심으로 이행돼야 한다고 믿는다. 돈 걱정 때문에 병원에도 마음 놓고 못 가는 사람이 있어서도 안 되고, 병원에 가서 과잉 진료에 바가지를 쓰는 사람이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핫이슈인 북미 회담에 묻혀 그냥저냥 넘어가 버린 뉴스가 있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 말이다. 얼마 전 의사들이 이걸 철회하라며 서울에 모여 데모를 하지 않았나. 그 문제를 방치해도 좋은 게 아닌 것이 자칫 ‘의료대란’의 불씨가 될 조짐이 보인다는 거다. 문 대통령이 지금 북핵 문제와 씨름하다 보니 나라 안살림에 삐걱거리는 대목이 더러 보인다. 우선은 발등의 불을 꺼야 하겠지만 그래도 챙길 건 챙겨야 할 터. ‘문재인 케어’도 따지고 보면 시급한 현안 아닌가.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사소한 경험담부터. 십몇 년 전의 이야기다. 잇몸이 퉁퉁 붓고 아프기에 집 근처 치과에 들렀다. 그런데, 의사 선생이 이를 뽑고 금니를 박아 넣자는 거다. 좀 떨떠름해져서 이웃 도시에서 개업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저한테 와보라는 거다. 에어 컴프레서로 바람을 넣어보던 친구가 혀를 찼다. “이거 잇몸만 잘 치료하면 되는 건데….” 좀 멀지만 친구네 치과에 너덧 번 다녔더니 그럭저럭 도로 쓸 만해졌다. 집안에 의사와 변호사 한 사람쯤은 있어야 한다더니 이 때문이구나 싶었다.

글쎄, 그 의사 선생이 특별히 비양심적이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의사마다 진단 소견이 다를 수도 있는 문제이니까. 어쨌거나 나는 생니를 뽑지 않고도 별 탈 없이 음식을 씹을 수 있었다. 오래 묵은 경험담이 떠오른 건 의사들의 집단 거리집회를 TV 뉴스로 지켜볼 때였다. 근엄한 의사님네들이 머리띠를 매고 깃발과 피켓을 흔들며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가 건보재정 파탄 낸다” 따위 구호를 외치는 장면을 보자니 착잡해졌다.

‘문재인 케어’란 국민건강보험이 그동안 보장하지 않았던 진료 항목들의 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 초음파, 자기공명영상장치(MRI), 2인 병실비 등 3800여 개 진료 항목을 단계별로 보험급여 대상으로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2022년까지 31조 원을 투입해 비급여 의료비 부담을 2015년 13조5000억 원에서 2022년 4조8000억 원으로 64% 낮춘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실현만 된다면 한국의료사에 남을 획기적인 일이겠다. 지난해 8월 문 대통령이 서울성모병원에서 직접 발표해 국민의 기대가 한껏 높아졌던 터다. 왜 그렇지 않겠나. 의료비 부담을 크게 낮춰 큰 병 뒤치다꺼리가 몰고 오는 가계 파탄을 막아 준다는데. 대통령은 그때 전 국민 의료비 부담이 평균 18%, 저소득층의 부담은 46%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던 터다. 그런데 의사들이 그걸 극력 반대하는 까닭은 뭘까. 지금껏 건강보험공단이 수가를 너무 짜게 매겨 급여항목 치료에선 적자를 봐왔다는 거다. 자기네가 직접 수가를 매기는 비급여 항목으로 적자를 벌충해 왔는데 죄다 급여 항목에 넣어 버리면 자기네는 어쩌냐는 것.
글쎄, 무엇이 수까마귀이고 암까마귀인지는 잘 모를 일이지만, 의료 소비자로선 ‘문재인 케어’에 귀가 솔깃할밖에. OECD 국가의 평균 건강보험 부담률이 80% 수준이라는데 우리나라는 63.4%에 그친다지 않나. 그걸 70% 정도로 끌어올린다는 건 그리 무리한 정책 목표 같지도 않다. 그러니 국민의 눈에는 의사들이 피켓 들고 거리로 몰려나오는 게 고와 보이지 않을 수밖에. 한마디로 ‘밥그릇 지키기 싸움’으로 보이는 거다. 하기야, 의사님네 밥그릇 싸움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18년 전인 2000년 ‘의약분업’ 땐 의사와 약사끼리 얼마나 피 터지게 싸웠나. 그때도 의사단체는 대규모 파업을 일으켰었다. 고래 싸움에 낀 새우처럼 정부는 전전긍긍했고, 소비자인 국민은 찬밥 신세로 밀려나지 않았던가.

무엇보다도 지금 국민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목은 비급여 항목을 늘리면 병원이 대량으로 폐업하게 된다는 소리다. 의료계의 수익이 줄어들 건 짐작할 만하다. 그렇다고 병원이 정말로 다 무너지나? 의사님네들이 밥 굶게 될 정도인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의사의 연평균 소득은 1억5656만 원이었다고. 100병상 미만 작은 병원 의사의 수입이 더 많아 2억4000만 원에 가깝다나. 최저시급 7000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서민들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돈이다. 어려운 공부를 오래 했고 격무에 시달리니 그쯤은 당연하다는 걸까. 장례식장이나 특실을 운영해 적자를 충당해야 한다고 아우성치기 전에 자기네 월급에 낀 거품도 적자의 한 요인이 아닌지 되돌아볼 생각은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의사들의 주장에 더 분노를 느끼는 대목은 대낮에 거리에 몰려나와서 “비급여 항목을 늘리지 말라”고 외치는 그 강심장에 있다. 그래도 그렇지 명색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전문직업인이 아닌가. ‘수가를 현실화해 달라’는 정도라면 몰라도 아예 국민에게 계속 바가지 씌우게 해 달라는 소리를 어떻게 할 수 있나. 어느 직종도 이렇게 맞대놓고 국민을 볼모 삼지는 않는다.

다시 말하겠다. ‘급여항목 확대’라는 대의에 반대하기 전에 당신네의 경영수지 계산서부터 내놓아 보라. 당신들 주장이 엄살인지 아닌지, 병원 운영에 거품은 없는지, 병원이 너무 난립한 건 아닌지부터 확인해 보자는 거다. 최대집 의사협회 회장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실시하면 200병상 미만 의료기관 50%가 도산한다”고 주장했다는데 2억 넘는 연봉 주고도 안 망하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거 아닐까. 당신네 수입을 자발적으로 깎을 용의는 없는지도 말해라. 그래야 국민이 당신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 준다. 아니면 당신들은 정부와의 프레임 싸움에서 판판이 깨진다.

그렇다고 정부의 의료정책이 완벽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바람직한 정책 변화이긴 하다. 문제는 돈이다. 30조 원에 이르는 추가 재원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느냐 여부다. 돈을 마련할 계획이 부실하니 고개를 갸우뚱하는 국민이 적지 않은 거다. ‘문재인 케어’가 헛공약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재원 조달 방안을 상세히 내놓을 일이다.

그런 점에서 ‘오바마 케어’를 타산지석 삼아야 할 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혔던 ‘오바마 케어’는 민영보험에만 의존하던 기존 의료보험 시스템을 바꿔 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를 골자로 한 것이다. 미국 내 3200만 명 저소득층 무보험자를 건강보험에 가입시켜 의료비 부담을 낮추자는 것.

다들 알다시피 미국의 의료비는 매우 비싸다. 세계 최고의 의술과 시설을 갖춘 미국에서 병원에도 가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이 셀 수도 없다는 건 말 그대로 자본주의적 모순의 압축판이 아닌가. ‘오바마 케어’는 저소득층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공화당과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공화당은 ‘오바마 케어’가 보험 가입을 강제함으로써 기업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재정 부담을 폭증시킨다고 주장했다. 부유층과 기업은 저소득층을 돌보는 데 자기네 세금이 들어간다고 불평했다. 그렇게 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오바마 케어’를 사실상 폐지하고 의료보장성을 대폭 축소한 ‘트럼프 케어’를 도입했던 거다.

글쎄, 나는 트럼프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의료보장정책은 사회 각 계층의 이해관계가 걸린 예민한 문제다. ‘오바마 케어’의 좌초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해관계의 충돌을 잘 조정해야 할 터. 그게 바로 정부가 할 일인 거다. 향후 재정조달 계획은 충실한지, 국민건강보험의 건전성엔 무리가 없는지도 잘 따져볼 일이다. 우선 정부와 의사협회, 환자단체 등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해서 병·의원의 수지 구조, 의료수가 실태, 원가 산정 방식 등등을 조사한 다음 전향적이면서도 적정한 수가 수준에 합의할 일이다. 진료과별 수가 균형, 외상외과 같은 필수의료 지원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겠다.

   
나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환자 중심으로 이행돼야 한다고 믿는다. 돈 걱정 때문에 병원에도 마음 놓고 못 가는 사람이 있어서도 안 되고, 병원에 가서 과잉 진료에 바가지를 쓰는 사람이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십 몇 년 전 내가 당할 뻔했던 것처럼. 무슨, 무슨 설움 해도 아플 때 치료받지 못하는 설움만 한 게 있을까. ‘돈이 없으면 죽어라’. 이건 정글의 법칙이지, 문명사회의 시스템일 수는 없지 않나.

소설가·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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