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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동남권 국립지진방재연구원 가능할까? /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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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5-28 19: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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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부터 계기 지진 관측, 1990년대부터 활성단층 연구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2016년 규모 5.8의 경북 경주 지진은 우리나라 지진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이었으며, 지난해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 지진은 실제 큰 인명과 재산 피해를 발생시켰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잠재 지진 규모는 7.0 내외로 동남부(경상남북도 일원)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지진 방재 수준은 초보 단계다. 올해 2월 대만에서 발생한 지진에 비해 20배 이상의 에너지를 가진 규모 7.0 내외의 지진이 원자력 시설과 산업단지 그리고 지진에 무방비한 건물로 가득 찬 우리나라 동남부에서 발생한다면 피해는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지진 연구 또한 인적·물적 인프라뿐만 아니라 수준도 선진국에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지진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연구기관인 국립지진방재연구원의 동남권 건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는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지진 방재 연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대선에서 ‘동남권 지진방재센터 설치’를 지역 공약으로 채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포항·경주시를 포함한 경북과 울산시는 경주 지진 이후 정부에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부산시도 올해 4월 연구원 부지의 최적지로 부산대 양산캠퍼스 산학협력단지를 선정하고 양산시, 부산대, 부경대, 한국해양대와 함께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유치를 본격화했다.

지자체들은 모두 관할 구역 내 연구원 건립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북은 지진 발생 빈도가 높고 실제 지진에 의해 상당한 피해를 겪은 지역으로 주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도내 연구원 건립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울산시는 별도의 연구원 설립보다는 울산혁신도시에 위치한 행정안전부 산하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내에 지진방재센터를 설립해 기존 연구원을 확대하기를 원한다. 부산시와 양산시는 원전시설과 함께 도심지를 가로지르는 양산단층, 동래단층, 일광단층의 존재와 이미 구축되어 있는 풍부한 지진 관련 인적·물적 인프라를 내세우고 있다. 이들 지자체의 주장들은 모두 나름대로 타당하게 여겨진다.

그런데 지역사회의 불안과 바람과는 달리 정부는 어쩌면 지역이기주의에 따른 유치 과열로 바라볼 뿐 구체적인 설립 일정이나 방안을 현재까지 제시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9·12 경주 지진 이후 정부는 부족한 지진 전문인력 양성과 지진 연구에 특화된 대학 중점연구소를 추진하였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선정을 담당한 한국연구재단은 2년 연속으로 수도권 대학을 지진 중점연구소로 선정했다. 이해하기 어렵다. 당연히 지진 다발 지역이 연구의 중심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선진국들은 지진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진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연구들을 통합적인 체계하에 관리하는 독립된 연구기관을 두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기상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등 여러 기관에서 지진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관측, 지진특성 연구, 방재기술 개발 등으로 세분화되어 기관별로 제한된 연구를 수행하거나 중복 투자로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지진 재난에 효율적인 대응을 위한 예측-예방-대비-대응-복구의 전 단계를 아우르는 통합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동남권 지자체의 요구를 단지 지역이기주의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지진 관련 연구와 대응을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성과 연속성을 가지는 독립 지진연구기관을 동남권에 설립해야 한다.
지자체들도 소탐대실하여 과도한 유치전에 의한 소모적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 지진 대비는 오랜 시간의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지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지자체 설립 안을 꼼꼼히 살펴보고 하루라도 서둘러 구체적인 설립 일정과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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