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가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후보들은 벌써 출근길 대로변에는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1991년 부활한 지방선거는 올해로 벌써 7회째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후보자 수준은 물론 유권자 의식도 아직 크게 뒤떨어지는 것 같다.

필자가 사는 부산 남구지역은 도심 공동화가 가장 심각한 곳 중 한 곳이다. 2014년 2월 부산외국어대학이 금정구 남산동으로 이전하면서 공동화가 가속했다. 대학생과 직원이 빠져나가면서 직격탄을 맞은 우암·감만지역 상가의 매출이 70%까지 감소했다. 경기 침체와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지역 대학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니 차마 말하기 힘들 지경이다. 하숙이나 자취생을 받아 생계를 이어가던 노인은 거리에서 폐지를 수집하고 다니는 신세가 됐다. 지역 노인 대부분이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전략했다.

대연동 문현동 용호동 상가도 매출의 20%는 감소돼 남구 전체의 상권이 몰락했다. 경성대 앞의 화려했던 명성은 옛말이 됐고, 경기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중 삼중고를 치르고 있다.

지난해 6월 더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상가번영회를 만든 뒤 부산외대 부지 해결을 위해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호소했다. 같은 해 11월 2일 상인회 주최로 ‘지역 정치인 모두에게 묻는다’는 제목으로 간담회까지 열었다. 요즘도 수시로 부산시청 문을 두드리며 진행 상황을 챙긴다. 그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같은 해 12월 3일 서병수 부산시장이 남구청에서 지역주민에게 외대 부지 인수를 약속했으나 5개월이 지난 지금 별다른 진척이 없다. 그날 서 시장은 부지 인수 의사를 명확히 했으나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않았다.

부산시가 예산을 확보하려면 또다시 한두 해가 더 걸릴 것 같다. 시는 투자심사 용역을 맡겨 놓은 상태다. 공유재산 심의 평가도 받아야 하고, 부산시의회 심의도 거쳐야 한다. 해를 넘겨야 할 것 같아서 지역 국회의원에게 부탁해 MOU(양해각서)까지 성사시키려 했으나 부산시로부터 정식 계약서 없이 국민 세금을 투입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달 국제신문에 ‘옛 외대 부지 시비로 매입’ 제목으로 기사가 나와 이젠 정말 해결되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부산시장 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전망이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외대 부지 인수 문제에 대한 정책이 또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방선거는 지역 주민의 고충을 듣고 해결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후보들 간에 외대 부지 인수 문제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가 진행되길 간곡히 기대한다.

선거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지는 시기다. 실례로 4년 전 한 지역 정치인이 구의원 후보로 출마했을 때 잠시나마 기대를 했다. 하지만 실망 그 자체다. 구의원 4년 동안 의정 발의는 한 건도 없었다. 5분 자유발언 달랑 3건이 그의 구정 활동 전부였다. 이렇게 하고서 국민 세금을 1억4000만 원 정도 받아갔다. 허위 공약만 남발했고 본인 소속당만 챙겼으며 구정 활동은 소홀했다. 주민을 기만했고 우습게 본 것이다. 지역 유권자의 잘못된 선택이 부른 결과임을 지역 주민도 알아야 할 때가 됐다.

온갖 감언이설과 측은지심을 유발하며 다시 또 그들이 표를 달라고 찾아왔다. 언행일치라는 기본적 덕망도 갖추지 못한 정치꾼은 이젠 걸러내야 한다. 지역 주민에게 진정성 있게 가슴으로 대하고 자신의 공약을 수행하겠다는 각오로 실천하고 책임지는 진정한 정치인을 찾아내는 것도 유권자의 몫이 아닌가 싶다.

해당 지역 정치인의 수준은 곧 유권자의 수준과 다르지 않다. 잘못된 정치인이 당선된다면 유권자 책임이다. 발달된 SNS를 꼼꼼히 뒤져보고 과거 기사도 검색해서 지난 4년간 공약을 얼마나 잘 실천했는지 지켜봐야 한다. 정치꾼이 아닌 진정한 정치인을 선출하는 것이 유권자의 힘이다.

부산 남구 감만2동 상인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