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선거가 후보 간 상호 고발 등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과거에도 네거티브 캠페인이 없었던 선거는 없었지만, 이번처럼 투표일을 3주나 앞둔 선거 초반에 이렇게 혼탁한 양상을 보이는 것은 드문 일이다. 양대 후보 간 헐뜯기식의 난타전이 전개되면서 정책과 비전을 앞세운 선거전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부산시민으로서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상호 비방 내용도 유치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예비후보 측은 자유한국당 서병수 예비후보를 겨냥해 ‘범죄소굴의 수장’ 내지 ‘거짓말 시장’ 등으로 원색적 공격을 퍼부었다. 이에 발끈한 서 후보 측은 오 후보 일가의 가덕도 부동산 투기의혹을 제기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또 서 후보 측이 ‘범죄소굴… ’운운한 논평을 고발하자, 오 후보 측도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고발한 것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이전투구 양상이 단순한 감정싸움의 비화가 아니라 다분히 전략적으로 동원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부산시장선거의 이 같은 모습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4년 전에 맞붙었던 두 후보가 여야 입장만 바뀌어 재대결하는 ‘리턴매치’인 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워낙 커 애초 공약 위주의 정책 대결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오 후보 측은 서 후보의 지난 4년간 시정 흠집내기에, 서 후보 측은 상대의 우세를 뒤집기 위한 한방 전략에 치중하기 십상인 구도가 짜여 있었다는 것이다.

시장 선거가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면 누가 당선돼도 부산의 향후 4년은 암울할 수밖에 없다. ‘위기의 도시’라는 부산으로선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어떤 전략과 비전으로 난관을 돌파할 것인지 시민들이 제대로 평가할 기회마저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또 시장 선거가 과열혼탁 양상을 보이면 기초단체장 등 다른 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아직 늦지는 않았다. 후보들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정정당당한 승부를 벌이고, 유권자는 엄정한 심판자가 되기를 다시금 다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