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어제 본회의에서 3조8317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6일 정부가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 지 45일 만이다. 일각에서는 국회가 세부항목을 점검하는 기간이 닷새에 불과해 졸속·부실심사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큰 변동 없이 정부안보다 218억 원이 순삭감되는 수준에서 심사가 마무리됐다. 이로써 청년 일자리 창출과 위기지역을 살릴 수 있는 재정이 확보됐으니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 고용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전년 대비 취업자 증가 폭이 3개월째 10만 명대에 머문 반면 실업자 수는 4개월 연속 100만 명을 웃돌고 있다. 일을 할 의지가 있음에도 일자리가 부족해 구직을 단념하는 숫자도 지난달 46만 명에 달했다. 이 수치는 현행 통계기준이 확립된 2014년 이후 가장 높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신규인력 채용기업 재정지원 등 그동안 정부가 온갖 대책을 내놨지만 고용시장에는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정부가 긴급 자금을 방출한다고 해서 고용여건이 짧은 기간 내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이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일자리 창출은 우리나라 전체 경제활성화와 맞물려 있는 것이어서 인위적 양산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추경예산 집행이 일시적으로 고용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고려하면 추경이 고용상황 호전을 이끄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추경편성의 성패는 예산이 얼마나 신속하게 집행되는가에 달려 있다. 때마침 정부는 어제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추경예산안 배정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또 하루라도 빨리 돈이 풀릴 수 있도록 관련 행정절차를 최대한 단축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2차관 주재로 매월 재정관련점검회의를 개최해 진척상황도 확인한다. 정부는 어렵게 확보한 추경예산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관리를 철저히 하는 한편 효과 극대화를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