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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터치] 우리 마을 예술가 /이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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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5-20 19:09:3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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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 살아도 나는 가끔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의 문화, 예술 행사 등에 귀 기울이게 된다. 예전과 달리 이곳은 군 단위로 개최되는 향토 축제 혹은 마을 단위의 예술행사가 빈번하게 열린다. 그럴 때마다 나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참석하여 문화수혜자로서의 혜택을 누리곤 하는데, 어떤 때는 감동적인 무대를 만날 수 있고 그럭저럭 시간만 보낼 때도 있었다.

그 와중에 나는 지인으로부터 아주 이색적인 공연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일전에 지면으로 소개한 ‘지리산 산청목화장터’ 회원인 변도희 씨가 기획한 공연이었다. 자신이 운영하는 유기농식당에서 멀리는 강원도, 가깝게는 인근 도시의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을 초청해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음악공연이었다. 공연 당일, 사정이 있어 참석을 못 했지만 다녀온 사람들에 의하면 아주 실력 있는 뮤지션들의 뜨거운 공연이었다고 한다. 식당운영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녀는 자발적으로 무대를 마련하고 가수들의 숙박비와 교통비를 기꺼이 부담했다 하니 듣는 나로서는 그녀야말로 진정으로 예술을 사랑하며 제대로 예술가를 대접하는 우리 마을의 예술가처럼 생각되었다.

엊그제 산골에 비가 많이 내렸다. 게다가 바람마저 강해 봄비치고는 얄궂었다. 도시에 살 때 봄비 내리는 날엔 산골에서 비를 바라보며 탁주 한잔과 기타로 노래 부르는 것이 로망이었다. 그러면 내 삶의 번잡함과 외로움이 가랑가랑 내리는 비처럼 땅속으로 스며들 줄 알았다. 봄비라면 응당히 차분하고 하늘거리게 내려야 하건만 그날은 처마가 있는 베란다까지 비가 치고 들어와 그런 나의 계획은 실패했다.

산골에 들어온 후, 많은 사람이 내게 시골 생활에서 가장 힘든 일이 뭐냐고 묻는다. 어떤 이는 지레짐작으로 불편한 교통, 문화적인 소외, 힘든 농사일 등을 꼽는데 이건 사실이 아니다. 내가 가장 힘든 부분은 사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예술가로서의 인정을 못 받는다는 점이다.

“가수는 무슨? 농사나 지어!” 이 말만 보면 혹, 우리 집에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철부지 아이가 있나 싶을 것이다. 실제 우리 집에는 기타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대학생 아들과 공부보단 미모에 관심 있는 중 2 딸아이가 있다. 그러나 정작 이 말은 아내와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내게 하는 말이다.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사정은 몇 년 전, 도시에서 산골 마을로 귀촌하기 전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시절에 통기타 동아리의 열성 멤버였던 나는 음악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직장생활 때 우연히 직장인밴드 ‘오아시스’를 알게 되었다. 그러다 그 밴드의 도움으로 당시 창작곡 ‘비와 그대’ 등 8곡을 녹음했는데 정식발매를 앞두고 돌연 팀이 해체되어버렸다. 하는 수없이 그 상황을 매듭짓지 못하고 시골로 들어왔기에 나는 그 사실을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 그 팀의 리더인 K로부터 다시 음악을 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그제야 나는 시골집 다락방에 뒹굴던 비매품 CD를 찾아 도시의 한 녹음실에 문의를 한 결과, 조금만 손보면 음원 유통이 가능하다는 답을 받은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산골에서 매일매일의 삶이 너무 흥분되고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한날, 읍내에서 거나하게 술에 취한 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조만간‘디지털 솔로 앨범’을 낼 거라고 하자 모두 기겁을 한 것이다. 아들 녀석은 한술 더 떠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시대에 뒤떨어졌으니 제발 정신 좀 차리라는 악담도 잊지 않았다(아니, 트로트도 아니고 발라드인데 구닥다리라니?).

더 슬픈 사실은 한때 나의 열렬 팬이던 딸아이가 “소설집도 잘 팔리지 않는데 음반까지 내는 건 좀 그래. 돈이 얼마나 들겠어? 그 돈으로 화장품이나 사게 용돈이나 올려줘” 하며 내 속을 긁는 게 아닌가.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아빠가 작가라서 난 자랑스러워요” 하며 언제나 내게 힘을 주던 딸아이였지만 이제는 제 엄마를 닮아가고 있나 보다.
그렇다고 기죽을 내가 아니었다. 예수님도 자신의 고향에서 배척을 당했듯이 ‘나 또한 그러느니’하고 생각하자 오히려 마음은 편했다. 이제부터 시골집 다락방에서 기타연습을 하고 있다가, 6월경 내 음악이 나오는 날에 우리 마을 예술가인 그녀의 식당에서 열정적인 공연을 해야겠고 작정했다. 그리 생각하니 슬슬 웃음이 나오기 시작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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