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이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지난 4·27 남북 정상회담은 단순한 ‘간 보기’가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 큰 행보가 뉴스의 봇물을 터뜨렸다.

회담 결과가 놀라웠다. 북한은 자진해서 핵시설 폐기를 약속하고, 남북 간 연락사무소를 개성에 설치하며, 5월 중 고위 군사회담, 남북 적십자회담, 아시안게임 단일팀 진출을 공동 발표했다. 북한이 남북 회담마다 물고 늘어졌던 주한미군 철수 조건 없이 합의한 내용이다.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문 대통령의 손을 잡아 이끌어 18초 동안 북한 땅을 밟게 한 행보부터 시작해 회담장과 만찬장을 오가면서 보인 김 위원장의 언행은 시종일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는 그가 남의 눈치를 의식하지 않는 성향인 데다 북한 내에서 완벽한 권력 1인자라는 자신감의 발로로 보고 있다. 반면에 문 대통령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유리그릇 다루듯 해야 한다고 표현할 정도로 밖으로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심기를 살펴야 하고, 안으로는 다양한 국내 정서를 두루 포용해야 하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1953년생이고, 김정은 위원장은 1984년생이다. 두 지도자는 6·25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세대라는 점에서 같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친 이승복 어린이를 보고 자랐다. 북괴(당시에는 그렇게 불렀다)의 모습은 이리나 늑대의 얼굴을 하고 침을 질질 흘리는 탐욕의 짐승으로 그렸다. 맥아더 원수의 중국 폭격 주장만 받아들여졌어도 통일은 벌써 되었을 것이라고 배웠고, 이승만 대통령의 휴전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이 강행한 휴전 협정을 고구려가 통일 못 한 것만큼이나 아쉬워하며 자랐다. 대다수 베이비부머에게 남한 주도의 통일은 국민적 이상이자 목표였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모습은 각자 위치마다 다르다. 6·25전쟁을 잘 모르는 세대는 평양 옥류관의 서울점 개설, 평양으로의 수학여행, 군대 안 가도 될까 하는 이야기를 나누고, 실향민들은 이산가족 상봉과 고향 방문을, 6·25전쟁을 몸과 마음으로 아프게 겪은 사람들은 북한의 행동이 경제적 실패 타개를 위한 일시적 행동으로 바라본다. 어떻든 간에 역사는 종전, 평화협정으로 내디디고 있다. 이제는 종전과 평화시대에 맞는 생각의 틀을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의 경제 사정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별로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자신도 북한의 도로와 교통 사정이 불편할 것이라고 고백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좋지는 않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다방면의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북한 경제에 우리가 할 일은 많을 것 같다.

남한은 자본과 기술 그리고 시장에 대한 이해 면에서 우위에 있어 북한이 의지만 보여준다면 얼마든지 북한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북한 경제는 빠르게 세계 경제에 편입할 수 있다. 남북 간 교역은 남한의 부가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는 투자 활동에서 먼저 나타나 1차적 혜택은 북한 주민이 볼 것이고 남한은 투자재원 마련으로 당장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겠다. 독일이 그랬다. 서독과 동독이 경제적 혜택을 골고루 나누기 시작한 것은 통일 후 10년이 지나서다. 그리고 그즈음에 독일 국민은 동독 출신 여성 정치인을 독일 총리로 뽑았다.

메르켈 총리. 그는 독일이 통일된 1990년 당시에는 34살이었다. 그는 통일 국회에서 국회의원이 되었고 이듬해 여성청소년부 장관이 된 경력이 있으며 마침내 통일 후 15년이 지난 2005년 독일을 이끄는 총리가 되었다. 우리가 통일 후 15년이 지났을 때 과연 북한 출신의 50살 전후의 정치인을 한반도의 통합 대통령으로 뽑을 수 있을까?

4·27 판문점선언 후 첫 번째 남북통일은 ‘시간’이었다. 시간은 시공간을 바라보는 기준점이다. 지난 5일부터 남과 북의 시간은 같아졌다. 시공간에 대한 지향점이 이제부터는 같아졌음을 의미한다. 남북 공통의 지향점은 두 손 잡고 함께 부르는 우리의 소원인 ‘통일’이다. 핵 없는 한반도, 연내 종전 선언 등은 통일을 위한 정지 작업이다.

통일을 위한 교류의 첫 번째는 혈육과 문화, 체육에서 시작하고 두 번째는 경제분야일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정치적 통합이다. 첫 단추는 채웠다. 두 번째 단계인 경제 교류의 성공이 통일을 부른다. 경제인들이 해야 할 일들이 더 넓어졌다.

경성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