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아프리카개발은행 연례 회의가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오는 21일부터 25일까지 개최된다.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과 80개 가맹국의 대표단, 국제 금융기관, 관영사업과 개인사업자, NGO, 시민단체, 싱크탱크 등이 모여 개발은행의 과제를 어떻게 실현할지와 미래 창조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이다. 이번 회의는 아프리카의 현재와 미래의 잠재력을 진단하는 자리인 동시에 변화하는 부산의 지표를 알려주는 자리여서 의미가 크다. 아프리카 개발 은행의 연례 회의가 부산에서 진행된다는 것, 즉 아프리카 대륙과 부산의 만남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프리카는 지리적 문화적으로 ‘먼 나라’로 인식되어왔다. 한국인들에게 알려진 아프리카 모습은 대부분 미시적이었다. 우리는 이 두 지역의 만남을 망원경, 관찰자와 그 대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망원경은 새로움을 개척하는 이들에게 가 보지 못한 곳을 부분적으로 확대해 먼발치에서 관찰할 수 있게 해줬지만, 그 대상은 망원경을 통해서 본 선택적 시선이 전체를 대표하는 모습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결국, 편협한 시각이 현실을 왜곡하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흔히 ‘암흑의 대륙’ ‘에볼라 바이러스의 시발점’이라는 시각은 대륙의 다양성을 왜곡해 아프리카를 연민과 동정의 상징으로 남겨둔다. 에볼라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가 아닌 특정 지역의 문제였고 식민지 시절에도 아프리카는 절대 암흑이 아니었다.
우리의 인식은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다. 오늘날 아프리카 대륙 내 여러 나라는 고도성장을 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가난과 기아 선상에 허덕이는 굶주린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물론, 이러한 부분적인 현실을 결코 간과해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재에 대한 좀 더 균형 잡힌 접근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정형화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아프리카개발은행의 연례회의는 아프리카 대륙 밖에서 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첫 회의가 2001년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그 후 2007년에는 중국 상하이, 2011년에는 포르투갈 리스본, 그리고 작년에는 인도의 간디나가르에서 개최되었다.
이를 계기로 각국의 아프리카 진출도 본격화됐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프로젝트에 금융지원과 함께 IT·고등교육을 위해 100억 달러 대출을 가능하게 하였다. 인도산업연합은 ‘아프리카의 산업화’ 로드맵을 제시하며 아프리카에 대한 인도인의 인식 전환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 개발은행의 ‘하이파이브(High 5s)’라 일컬어지는 에너지, 의료와 제약, 농업, 산업화, 그리고 인터넷 거버넌스 등 5개의 우선순위를 알리기 위한 전시회를 개최하였다.
최근 중국도 투자와 기반시설 개발을 위해 아프리카에 발을 들여놓았다. 일본은 인도의 전통적 플랫폼의 이점을 살리며 양국 간의 특별회의를 열어 아프리카 사업 촉진을 위한 공사 파트너십을 논의했다. 이 회의는 일본무역진흥기구 및 아프리카 개발은행 등을 포함한 인도-아프리카 파트너 단체의 협력 아래 진행되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이 어떻게 아프리카에 진출할 것인지는 다가오는 회의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 아프리카의 다양성, 문화, 풍부한 자연자원에서 오는 경제잠재력에 한국인들도 눈을 뜰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가 아직도 미지의 나라로 남아있는 것은 심리적 거리감과 무관심 때문이다. 이 인식의 장벽을 허무는 것은 바로 정보이다. 오는 22일 부산국제교류재단이 부산시의 지원 아래 영화의전당에서 아프리카의 미술, 시장, 커피, 문화 공연과 체험이라는 5개의 주제로 아프리카 문화 페스티벌을 주최한다. 문화 체험을 하는 데 있어 아프리카 국가 대사관들과 주민, 또 아프리카에 관심 있는 부산 주민이 참가할 것이다. 이는 우리 마당에서 아프리카를 느낄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회이다.
알리 마즈루이는 “아프리카는 스스로가 소모하지 않는 것들을 생산하고, 스스로가 생산하지 않은 것들을 소모한다” 하였다. 한국의 지속 가능한 개발과 국가건설에 대한 경험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단히 중요하다. 또한 이번 회의는 부산이라는 도시가 가진 국제적인 역량과 가능성에 대해 알릴 좋은 기회이다. 이러한 경제적 협력의 기반에는 상호 문화적 교류와 재인식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민간적 협력 또한 필수적이다. 결국, 서로를 바라봄에 있어 희미한 안개를 걷어내는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아닐까.
부산국제교류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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