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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사라져야할 단어 ‘맘충’ /신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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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5-13 18:55:50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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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출간되어 베스트 셀러가 되었던 책 ‘82년생 김지영’에는 이런 주인공의 독백이 있다.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도,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 이제 어떻게 해?” 소설 속 김지영의 독백처럼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말, 맘(Mom)에 왜 벌레라는 충 자를 붙여가며, 세상의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을 비하하는 말을 만들게 되었나?

   
사실 맘충이라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 개념이나 양식이 없는 엄마나 진상녀에 국한된 단어인데 왜 이렇게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모든 아이 키우는 엄마를 우울하게 만들어버렸다. 소수의 무개념 몰상식한 엄마를 뜻할 뿐인 이 단어는 많은 그렇지 않은 양식 있고 개념 있는 엄마들을 슬프게 만든다. 대부분의 상식 있는 엄마들은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에서 아무 데서나 기저귀를 간 후 버리고 가지 않고, 식당이나 도시철도 KTX에서 아이가 떠들고 뛰어다녀도 나 몰라라 하지 않고 혹시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될까 봐 눈치를 보면서 주의한다.

요즘의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전반적으로 이기적이다. 공동체 의식이라고는 실종된 지 오래고 가족 이기주의, 개인주의로 똘똘 뭉쳐 돌아가니 이런 사회에서 자란 아이들이 어찌 이기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매너, 교양, 배려, 존중, 이해. 이런 개념은 엄마들에게만 부족한 게 결코 아니다. ‘엄마’라서 문제가 아니라 이기적이고 무개념의 엄마가 문제인 거고, 몰상식한 사람 중에 엄마도 있는 것뿐이다. 그런데도 김치남, 된장남, 진상 아저씨라는 단어는 없는데 ‘김치녀’ ‘된장녀’ ‘김여사’로 통칭되는 무개념의 프레임에 왜 여성들만 자주 가두게 되는가?

남성의 입장에서 보아도 이것은 불공평하다. 세상에는 여자들보다 더 많은 진상남 , 진상 아저씨, 진상 할아버지가 많다. 그런데 왜 유독 여자들에게만 이런 단어들이 생기는 걸까? 여성들이 화낼 만하다. 온 나라가 출산을 장려하면서도, 정작 아이를 낳은 부모가 갈 만한 장소나 공공장소에서의 아이 엄마들을 배려하는 제도적 정비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가 늘어나는 사회는 오히려 아이들 때문에 발생하는 각종 문제에 대해 불만이 높아지는 공통점이 있다. 아이가 없는 부부가 많을수록 아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제도나 이해가 부족한 것이 대부분이다. 출산을 장려하지만 정작 아이를 낳은 부모에 대한 사회적 배려 장치는 허술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들이다.
독일의 교육학자 코리나 크나우프는 저서 ‘똑똑한 엄마는 NO라고 말한다’에서 “자기 생각만 고집하고 자기 마음대로만 행동하는 아이는 이해심이 많을 수 없고, 온화할 수 없고, 아량이 넓을 수 없으므로 아이가 자기 것만 요구할 때 엄마가 단호해야 한다”고 썼다. ‘그 나이 때는 어려서 그럴 수 있지’ 하면서 떼를 쓰도록 내버려 둔다면, 아이는 자신의 고집을 쉽게 절제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가 자유분방한 것은 잘못이 아니지만, “안 돼!”라는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하는 일은 두고두고 자녀 교육에 문제가 된다. ‘아직 어려서 그렇지 나중에 철이 들면 알아서 배운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 무렵부터 제대로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인식시키지 못하면 점점 커 갈수록 통제하기 힘든 아이, 절제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 간다.

   
대부분의 엄마는 더 많이 노력하면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고,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해줄수록 더 좋은 엄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녀교육에서만은 더 많이 해줄수록 아이가 더 잘 자라지 않는다.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가르치는 원칙이 필요하다. 부모들이 한 발 더 나서서 공공예절과 배려를 교육하는 게 맘충이라는 차별을 없애는 가장 쉬운 길일 것이다. 이기적인 인간으로 키우지 않으려면 부모가 이기적인 인간이 되지 않아야한다.

미래로병원 소아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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