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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의 세설사설] 가덕도 신공항, 이 뜨거운 감자를 어찌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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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5-13 19:07:19
  •  |  본지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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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장 후보 간 공방전이 펼쳐졌다. 끝장토론까지 벌인단다. 이런 공약 더는 보기 싫다. 신공항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이 문제는 10년간 영남을 들쑤셨다. 유권자는 정치쇼에 계속 속았고, 지역 간 불화만 키웠다. 애초 자신 없다면 꺼내들지를 말라.

우선 서병수 후보에게 묻는다. 2014년 가덕도를 찾아가 비 맞으며 “가덕도 신공항 유치 못 하면 시장직 사퇴하겠다”고 한 약속을 잊었나. 이번엔 오거돈 후보에게 묻는다.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실현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김해공항 확장이 곧 착수된다는데 그걸 물릴 자신은 있는건가.


   
아침에 신문을 펼쳐 보니 지방선거 뉴스가 잔뜩 실려 있었다. 하고 보니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서민 복지를 돌보겠네, 민생과 경제에 힘쓰겠네, 다짐하는 공약도 나오고 있었다.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은데도 후보마다 남북 경제협력시대의 주역이 되겠다느니 하며 ‘김칫국 평화 마케팅’에 나서고도 있었다. 이런 반지빠름은 당 대표가 ‘위장평화쇼’라고 헐뜯기를 마지않았던 자유한국당 소속 후보들도 마찬가지. ‘거둥길 닦아 놓으니 깍쟁이가 먼저 지나간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북미회담에 국민의 시선이 쏠려 지방선거가 찬밥 신세이고 변변한 이슈조차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마당이다. 개헌 국민투표가 함께 치러지게 됐다면 그나마 ‘지방분권’이 화두가 됐을 텐데 불발돼 버리지 않았나. 말 나온 김에 걸고넘어지자면, 중차대한 개헌을 논의 한 번 없이 물밑으로 가라앉힌 여야 정당들이 한심하다. ‘북핵 문제’에 골몰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야 모르지 않지만, 칼을 뽑았으면 썩은 무라도 잘라야지 맥없이 물러난 대통령과 청와대도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없는 강에 다리를 놓아주겠다는 게 그 사람들이라지만, 후보들이 이런저런 공약을 선거판에 상장하는 것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닐 터. 글쎄, 열 개를 약속했으면 그중 하나라도 해내려는 시늉은 하지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기대 때문이겠다. 어쨌거나 이제부터라도 공약에 대한 토론과 검증 중심으로 선거판이 굴러가야 하잖겠나.

부산에서도 유력 후보들이 이런저런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후보마다 행정, 경제, 사회, 문화예술 각 부문에 걸쳐 ‘백화점식’ 공약을 내걸겠지만 정작 시민들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으니 딱하다. 그나마 지금 이슈화된 게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오거돈 후보가 자신의 핵심 공약으로 내걸자 자유한국당 서병수 후보가 반박하면서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 ‘끝장토론’을 하자는 서 후보의 요구를 오 후보가 받아들여 조만간 성사될 모양이다.

한 달쯤 전 나도 이 지면에서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가볍게 언급하긴 했다. 그때 나는 이렇게 썼던 터다. ‘가덕도 신공항 유치와 비슷한 공약은 이제 그만 봤으면 좋겠다. 신공항 유치를 반대해서가 아니다. 역대 정권과 시장 후보마다 큰소리쳤지만 결국 공염불이 되고 말았잖나. 부산과 인접 도시들의 불화나 일으키고, 시민들을 거듭 실망하게 한 것 말고 뭐가 있었나. 이번엔 속고 싶지 않을 뿐이다. 대차게 나갈 자신이 없다면 남이 씹다 단물 다 빼 먹곤 기둥에 붙여놓은 껌을 다시 떼다 우물거리지는 말라’.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글쎄, 나도 부산사람이니 가덕도에 손색없는 국제공항이 들어서는 걸 마다할 리 있을까. 재작년 6월 나온 ‘김해공항 확장’이 근본방안이 아니라 정치적 미봉책이란 것도 잘 알고 있다. 다만, 이 문제가 또 다른 분란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거다. 하지만 어쩌겠나. 논쟁 없는 선거판에 핵심 이슈가 돼 버렸으니.

따지고 보면,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 사람에겐 ‘이루지 못한 첫사랑’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명치에 걸린 알심’이라 해야 할까. 이 문제는 부산은 물론 영남을 10년 넘게 들쑤셔 놓은 난제였다. 이 이슈가 부상한 건 노무현 정권 때였지만 정작 재미 본 사람은 이명박이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워 써먹곤 헌신짝처럼 내던진 게 2011년이다. 박근혜도 후보 시절 ‘신공항 건설’ 공약을 다시 꺼내 우려먹지 않았던가. “부산시민이 바라는 신공항을 반드시 건설하겠다. 가덕도가 최고 입지라고 한다면 당연히 가덕도로 하겠다”는 게 그의 약속이었다.

어디 대통령 후보들만 그랬나. 서병수 시장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그때의 야당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총선에서 더민주당은 “부산에서 우리 후보 5명만 당선시켜 주면 반드시 신공항을 가덕도에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던 터다. 부산시민은 여야를 떠나 그들의 요구를 다 들어줬는데 그들은 왜 한사코 묵묵부답일까.

우선 서병수 후보에게 시민의 한 사람으로 묻는다. 세상 사람 모두가 ‘가덕도 신공항’ 공약에 반대한다 해도 서 후보는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영화 제목을 패러디하자면 이렇다. ‘우리는 네가 재작년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실패한다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공언해 표를 모은 사람이 누구였나. 그는 저번 지방선거를 앞둔 2014년 2월 26일 가덕도를 찾아가 비를 맞으며 그렇게 약속한 터다. 그랬는데, 박근혜가 재작년 6월 가덕도 신공항 공약을 손바닥처럼 뒤엎고 대안이랄 것도 없는 김해공항 확장안을 내놓자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며칠 만에 덥석 받아들였던 걸 우리는 기억한다.

“정부가 확정한 김해공항 확장이 신공항 수준으로 건설돼 공약을 파기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시장직 사퇴 약속도 슬며시 거둬들였다. 글쎄, 정치인의 가장 큰 장기가 ‘식언(食言)’이라는데 서 후보도 그 점에선 탁월한 사람인 모양이다. 설사 정치적 쇼라고 해도, 하다못해 사퇴서 내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하지 않을까. 당시 친박계였던 그에겐 자신의 약속보다도, 시민의 울분보다도 주군의 결정이 우선이어서 중앙정부에 저항하는 성명서 한 번 내지 않고 순한 양처럼 굴었던 걸까. 나는 이번 선거에서 오 후보의 가덕도 신공항 공약을 서 후보가 먼저 걸고넘어진 건 염치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시민단체나 언론이 오 후보의 공약을 검증하고 비판하도록 한 발 물러서는 게 정치적 금도가 아니었을까.

이번엔 오거돈 후보에게 묻는다. 이번에 내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공약의 실현성이 과연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김해공항 확장사업이 곧 착수된다는데 그걸 물리고 다시 가덕도로 끌어올 능력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 건가. 지금 시민이 그에게 묻는 건 이런 거다. “좋다. 한 번 더 속아줄지 어떨지, 구체적 방안부터 내놓아라.” 문재인 정권이 ‘가덕도 신공항’을 받아들일 확률이 희박하다는 건 세 살배기 애도 안다. 이명박, 박근혜는 대선공약으로 내걸고도 뒤집었는데 공약하지도 않은 문재인 정권이 새삼 부산에 이걸 선물로 주겠나. 자칫하면 영남이 또 쪼개지는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자청해 가면서 말이다.

당선되면 중앙정부를 어떻게 설득해서 10조가 훨씬 넘을 예산을 따올 건가. 경제성 운운하며 “촌놈들이 무슨 국제공항이야”하고 비웃는 서울의 오만은 어떻게 뛰어넘을 건가. 유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빚어질 대구 등 타 시·도와의 갈등은 또 어떻게 극복해 낼 건가. ‘가덕도 신공항’이 백지화된 다음 날 시내 곳곳의 유치 촉구 현수막이 비에 젖어 축 늘어져 있던 꼴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시민을 두 차례나 들쑤셔 놓았다가 낙망시킨 일을 반복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건가. ‘부산 이기주의’라고 몰아치는 타지 사람에게 상처 입었던 시민들이다. 그들을 다시 동원해 놓곤 “아니면 말고…”하고 입 씻고 말 심산이 아니라면 현실성 있는 복안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는 네가 내후년 여름에 할 일을 알고 있다’는 시민의 의구심을 풀어줘야 한다.

쓰다 보니 두 후보에 대한 양비론처럼 돼버렸지만, 그만큼 예민하고 휘발성이 큰 문제라는 걸 지적하려는 거다. 공자님 당년에 중국에 유명한 도적이 있었다. 9000명의 부하를 거느린 그 대도는 ‘도둑’의 대명사인 ‘도척’이었다. 도척에겐 다섯 개의 도(道)가 있었다. 남의 집에 무슨 재물이 있는지 알아맞히는 걸 성(聖)이라 하고, 도둑질할 때 남보다 먼저 들어가는 걸 용(勇)이라 하며, 도둑질하고 가장 나중에 나오는 걸 의(義)라고 한다. 도둑질을 할지 말아야 말지를 판단하는 걸 지(知)라 부르며, 훔친 재물을 동료와 공평하게 나누는 걸 인(仁)이라고 한다. ‘장자(莊子)’의 ‘거협편’에 나오는 소리다.

   
2500년 전의 한낱 도둑조차 제가 할 일과 안 할 일을 아는 판에 시민을 위해 한 몸 바치겠다고 나선 후보님네가 아닌가. 공약 하나라도 내세울 땐지 아닌지 판단하는 지(知)와 뒤에서 시민을 부추기다가 식언하고 도망가지 않을 용(勇)과 의(義), 그리고 시민과 고락을 나누는 인(仁)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끝장토론’을 한다니 어떻게 공방전을 펼칠지 지켜보겠다. 누가 진짜 목민관인지, 누가 표를 훔치려는 ‘도척’인지 시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살피고 있다.

소설가·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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