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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에세이] 체육특기자 제도, 손볼 때 됐다 /전용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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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5-10 18:45:40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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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스포츠 강국이다. 1988 서울올림픽 4위의 기적을 쓰더니 2004 아테네올림픽과 2008 베이징올림픽에선 각각 9위와 7위에 올랐다. 2012 런던올림픽 5위에 이어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8위를 하며 ‘톱10’을 유지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7위를 달성해 겨울스포츠도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까지 국제대회 성적이 눈부시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스포츠 강국이긴 한데 스포츠 선진국은 아닌 것 같은 이 느낌. 스포츠 선진국이란 스포츠 저변 확대를 통해 스포츠 생태계가 작동하는 시스템을 가진 나라다. 일본 공무원 출신의 아마추어 마라토너 가와우치 유키는 최근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2018 보스턴마라톤에서 우승했다. 가와우치는 특별하거나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우리나라와는 수준 차이가 큰 일본의 선진 스포츠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1972년 10월 도입한 ‘체육 특기자’ 제도는 보완이 필요하다. 학업 성적과 상관없이 일정한 경기 실적을 보유하면 상급학교 진학 허용과 등록금 감면 혜택을 제공한 체육 특기자 제도는 우리나라가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문제는 특기자 제도가 스포츠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데는 장애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린 선수들은 ‘전국대회 우승’만 하면 자신이 원하는 대학 진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업 대신 운동에만 몰입한다. 이런 폐단은 “운동선수는 공부를 안 한다”는 선입견을 낳았다. 학부모들이 자녀가 전업 운동선수가 되는 걸 반대하는 이유다. 학생들도 ‘선수’로 입문하는 데 주저한다. 결국 체육 특기자 제도가 ‘누구나 운동을 즐기는’ 건강한 스포츠생태계 조성에 걸림돌이 돼 버린 것이다.

운동을 선택하는 순간 ‘올인’해야 하는 비합리성은 운동 참여자의 수가 적정 수준에 못 미치는 ‘소수정예’ 구조를 낳았다. 학생 운동선수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인데도 현재의 체육 특기자 제도에서는 구조적으로 운동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금·은메달을 획득한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두 종목 등록선수는 중·고·대학과 실업까지 모두 합쳐도 30여 명에 불과하다. 인기 종목인 여자배구와 여자농구도 고교 3학년 졸업 예정 선수가 연간 각 50명 정도다.

30여 명의 선수 양성을 위해 1000억 원이 넘는 볼슬레이 경기장을 세금으로 짓는 게 합당한 것인지, 연간 50명 남짓의 선수가 배출되는 여자농구와 여자배구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설사 국제경쟁력이 있다고 한들 그게 누구를 위한 것인지, 스포츠 선진국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하기 힘들다.

반면 일본은 고교야구 등록 선수만 15만 명에 달한다. 미국 여자 고교배구는 등록선수가 30만 명이다. 일본 고교야구 선수 500명 가운데 평균 한 명만 프로야구 선수가 된다. 달리 말하면 일본에선 프로야구 선수가 목적이 아니라 삶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야구를 즐기는 학생이 대다수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은 개인에게는 크나큰 자기성취이지만 국가적으로 보면 큰 의미가 없다. 결국 그 종목의 저변이 넓어지지 않으면 스포츠 생태계가 작동이 안 된다. 생태계 작동은 생존의 문제다.
   
이제는 체육 특기자로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 학업 반영비율을 높여야 한다. 당장은 불편하겠지만 ‘순수 아마추어선수’를 양성하지 않으면 스포츠 선진국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사회주의 국가도 포기한 ‘운동 올인’ 정책을 언제까지 우리만 고집할 수는 없다.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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