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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스포츠 에세이] 정약용이 참스승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김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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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5-03 20:06:56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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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의 실학자 정약용은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족함이 많아 학문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던 학동이었다. 그가 스승에게 물었다. “저는 머리가 좋지 않아 몇 번을 들어야 이해를 합니다. 또 몇 번을 읽어야 외워지니 학문을 계속하지 않음이 옳을 것 같습니다.”
   
스승의 생각은 달랐다. “너는 큰 학자가 될 것이다. 너는 끊임없이 노력한다. 너 스스로 모자람을 안다. 끝없이 노력해 부족함을 메우려는 의지가 높다. 지금은 느리지만 나중에는 최고의 학자가 될 것이다.” 스승은 또 “타고난 능력은 사람을 교만하게 하여 노력을 줄일 뿐이니 학문 정진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나를 믿거라”고 다독였다.

스승의 격려는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비롯해 숱한 명저를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정약용은 살아 있다.

부산시체육회 사무처에 재직할 때에도 기억에 남는 스승을 많이 만났다. 꽤 오래전 있었던 일. 전국체육대회 부산 선수들의 경기를 관전하고 이동할 때 체육관 뒤편에서 훌쩍이고 있는 선수와 선생님의 대화를 얼핏 엿들었다. 상대 선수에게 패한 분함을 참지 못하고 혼자 울고 있는 선수를 교육지원청의 여성 장학사가 따라 나와 달래고 있었다.

“네가 잘못한 게 아니다. 너도 잘했는데 상대가 조금 더 잘한 것뿐이다. 약점만 메우면 다음에는 네가 충분히 이길 수 있다. 그러니 실망하지 말자.”

마치 엄마가 아들을 다독거리는 듯한 그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당시 선수는 지금 뛰어난 경기인으로 성장했으리라. 그때 어린 선수를 위로했던 장학사는 지금도 교단에 계신다.

반대로 지도자가 패한 선수를 책망하는 모습도 자주 봤다. 풀이 죽은 선수는 부모나 교사 앞에서 죽을죄를 진 것처럼 몸 둘 바를 몰랐다. 지도자가 현장에서 어린 선수를 심하게 질책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스포츠에서 승자와 패자는 늘 있기 마련이다. 패자도 이긴 선수 못지않게 피와 땀을 흘린다. 대부분의 경우 종이 한 장 차이의 실력이나 그날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엇갈린다. 패자도 박수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1등만을 기억한다. 1등에게만 관심을 보낸다. 1등을 못 한 선수가 일찌감치 운동을 포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리스의 소설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교사는 자신을 하나의 다리로 사용하는 사람이다. 교사는 다리 위로 학생을 초대해 건너게 한다. 아이들이 건너간 다음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무너진다. 제자들이 그들 자신의 다리를 만들게 하고서”라고 했다.

가슴으로 제자를 안을 때 교사는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비로소 ‘스승’이 된다. 제자의 앞날을 위해 쓴소리를 하고선 쓰린 가슴을 부여잡는 스승은 인생의 멘토이자 상담사다. 우리 아이들은 스승이 만든 다리를 건너며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배운다. 평생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는 시금석으로 남는 이야말로 참다운 스승이 아니겠는가.
   
오는 26일부터 나흘간 충북 충주 일대에서 제47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열린다. 어린 선수들이 참스승들과 함께 성장하는 장이 되길 기대한다.

대한체육회 고용능력개발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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