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은 “중국은 잠자는 사자다. 사자의 잠을 깨우지 마라”고 했다. 20세기에 사자는 깨어났다. 현대 중국의 국부 마오쩌둥은 불칭패(不稱覇·패권을 말하지 않는다)를 대외정책의 원칙으로 했고 덩샤오핑은 이것을 도광양회(韜光養晦·어둠 속에서 빛을 기른다)로 대체했다. 시진핑은 대국굴기(大國堀起·대국으로 우뚝 선다)를 선언해 21세기 중국의 대외정책은 대국굴기를 지향하게 되었다.

중국 역사상의 황제와 현대 중국의 지도자를 비교하면 마오쩌둥은 진시황과 비교될 수 있고 덩샤오핑은 한고조와 비교될 수 있는 인물이다. 진시황은 중국을 통일하고 만리장성을 쌓아 방어적인 외교정책을 펼쳤고 한고조는 흉노와 화친하는 굴욕을 참으면서 국력을 길렀다. 또한 시진핑이 지향하는 롤모델은 한무제인 것 같다. 한무제는 실크로드를 개척하고 고조선을 침공, 남방을 개척했다. 중국이 그동안 길러온 국력을 바탕으로 일대일로를 제창하고 남중국해의 해상영토를 확장하는 것은 한무제를 연상시킨다.

시진핑이 기대하는 ‘중국의 꿈’은 중국 공산정권 수립 100년이 되는 2049년에 세계의 패권국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중국의 미래에 대해 여러 나라의 많은 학자가 제각각 견해를 밝히고 있다. 대체로 유럽과 일본의 학자들은 중국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데 비해 미국의 전략가들은 중국의 굴기에 대해 두려움을 표시하고 있다. 계량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경제학자들은 중국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데 반해 중국에 오래 살았던 학자들은 중국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본다.

이것은 중국이 내부적으로 허다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나 유럽이 중국의 공산품을 계속 구매해야 성장이 지속할 수 있으므로 중국의 경제성장은 불안정한 것이다.

군사적으로 보면 미국의 힘은 해군력에 있으며 해군력의 확장과 유능한 해군의 양성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므로 중국이 미국의 해군력을 따라잡으려면 수세대가 지나야 할 것으로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소련이 몰락한 이유는 미국과의 무분별한 군비경쟁 때문이었다. 그런데 중국이 패권국을 외치면서 소련 몰락 후 러시아에서 구입한 중고 항공모함 1척으로 6척 이상의 신예 항공모함을 가진 미국의 해양패권에 도전한다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다음으로 중국국민들이 중진국 이상의 소득수준에 도달하면 민주화가 될 것이냐의 문제가 있다. 중국의 민주화가 역사의 필연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이에 반해 20세기의 현자인 싱가포르의 리콴유 수상은 “중국이 민주화되면 필연적으로 분열되기 때문에 중국은 민주화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주체사상을 만든 황장엽은 “중국이 민주화되면 13억 인구가 갈가리 찢어질 것이다”고 예언했다. 중국은 5천 년 역사상 한 번도 민주주의를 해본 적이 없는 나라다. 중국은 자신이 만들지 않은 규범과 제도는 인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국제해양법은 해양제국이었던 영국이 만든 규범인데 중국은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륙붕 경계 획정은 중간선이 국제법의 원칙인데 중국은 중간선을 부정하고 영토의 크기와 인구에 기준을 두고 획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썰물 때 해수면 밑으로 들어가는 암괴는 국제법상 바위(Rock)로 보며 섬(Island)으로 인정하지 않는데 중국은 이것을 섬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남중국해 분쟁의 원인이다. 섬은 12해리의 영해를 가지나 바위는 영해로 인정되지 않는다.

중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의 주장은 인민민주주의이다. 중국이 추구하는 가치는 유교적 민주주의다. 유교적 민주주의는 엘리트에 의한 민주주의이며 중국의 엘리트는 9000만 명에 달하는 공산당원이다. 중국의 국가개념은 서구인이나 한국인과 다르다. 우리에게는 국가가 우선이며 당은 국가의 하위에 존재하나 중국은 공산당이 최정상에 있고 국가는 공산당의 하위 개념이다. 중국의 최고지도자는 공산당주석이며 국가주석이 아니다. 군대도 공산당의 군대이며 국가의 군대가 아니다. 공산당 정치위원이 군부대의 최고 지휘관이며 부대장은 하위에 있다. 공산당주석이 황제이다. 이러한 현대판 황제체제가 무너지거나 변화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반도는 중국 황제를 모시고 심기를 살피며 살아가야 할 운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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