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해빙 무드로 남북 교류 협력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 효과가 향후 경제협력과 이산가족 상봉 등의 분야로 확산될 거라는 전망에서다. 금융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남북 경협 관련주(株)가 급등하고, 수혜주 찾기에도 분주한 모습이다. 재계는 무엇보다 ‘한반도 불확실성의 리스크’가 줄어드는 걸 긍정적 요소로 여기고, 지방자치단체들은 남북 교류사업에 뛰어들 움직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독일 베를린에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내놨을 때만 해도, 그것을 공허하게 느낀 이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구상이 불가능한 일로만 치부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이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폐기하고 경제발전에 주력하겠다는 정책을 대외에 공포했으니 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미사일 실험 중단 등을 선언하고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과 비핵화 협상에 나서는 것도 결국 경제개발의 의지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그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 관심이 더 모인다. 이는 동쪽으로 부산-금강산-원산-청진-나선-러시아를 연결하는 에너지·자원 벨트를 만들고, 서쪽으로는 목포~수도권~평양~신의주~중국을 잇는 산업·물류·교통 벨트를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동서 간 비무장지대에는 환경·관광 벨트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경제개발 방향을 반영해 수립한 것이라고 하니, 현실로 이어지면 한국 경제에 새로운 돌파구와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북한의 비핵화가 차질없이 실행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남북 경협은 비핵화 진전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조치와 남북관계 진전 등이 있어야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추세로 볼 때 남북 경협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에 대비하는 게 현명하고 옳은 방향이다. 낙관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다가는 혼선이 빚어지고 경협의 좋은 기회가 무산될 수도 있다. 따라서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기본 원칙과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남북 경협 및 교류 사업에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