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은 이순신 탄신 473주년이 되는 날이다. 1545년 태어나 53세를 일기로 노량해전에서 돌아가시기까지 일대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되새겨 보아야 할 지도자의 덕목으로 다가온다.

특히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부터 노량승첩에 이르는 1598년, 7년 전쟁을 통하여 이순신이 보여준 리더십은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라는 불굴의 의지에 녹아 있다.

우연한 기회에 김종대 저자의 ‘이순신’을 접하며 오늘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지도자로 이순신을 보게 되었다. 420여 년 전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을 때 홀로 나라를 지켜낸 이순신의 삶과 죽음을 통하여 지도자의 리더십을 되돌아본다.

1592년 4월 13일 이순신의 나이 48세에 임진왜란이 발발했다. 왜군은 전함 700여 척을 앞세워 부산포로 몰려와 4월 14일 부산, 17일 기장·양산, 18일 언양, 19일 김해를 차례로 함락했다. 파죽지세의 왜군은 5월 3일 한양, 6월 13일 평양을 점령했다. 임란 발발 2개월 만에 선조는 의주로 피신함으로써 조선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이순신은 선조 25년(1592년) 4월 27일 전라좌수사로서 출전명령을 받는다. 5월 4일 출전하여 5월 7일 옥포승첩, 6월 2일 당포승첩, 7월 8일 한산대첩, 9월 1일 부산승첩(양력으로 10월 5일, 부산시민의 날, 10월 5일은 부산승첩을 기리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으로 남해안 제해권을 지켰다.

그러나 이렇게 바다를 지켜온 이순신은 모함을 받아 1597년 2월 한양으로 압송되고 4월 1일 투옥되어 28일 만에 출옥, 백의종군에 나선다. 1597년 7월 16일 원군이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하고 사망함으로써 우리 수군은 궤멸을 면치 못했다. 조정은 부득이 백의종군하는 이순신을 8월 3일 삼도수군 통제사로 재임명했다.

이순신은 참패한 병졸을 긁어모으고 도망친 전선 12척을 찾아내어 수군을 재건한다. 그러나 조정은 이제 바다를 포기하고 육지로 올라와 싸우라고 명한다. 이때 이순신은 “아직도 신에게는 12척의 전선이 있습니다”라고 결사항쟁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23전 23승 전승의 한결같은 승리는 기적인가? 우연인가? 이순신, 필승의 리더십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나라와 백성, 부하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정성, 권력에 빌붙지 않는 정의로움, 철저한 준비와 끊임없는 노력을 자력으로 지속한 그의 정신은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에 귀결되어 있다. 이 말 속에는 죽을 준비, 적을 깨부술 준비를 마쳤다는 그의 필승의 신념이 녹아 있다 할 것이다. 이순신은 글을 다 쓰고 수결을 놓을 때 ‘일심(一心)’이라 쓴 것도 매사에 전심전력하겠다는 굳은 의지의 자기 다짐이라 생각된다.

‘명량해전’을 앞두고는 “죽으려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너희 여러 장수는 오늘 살려는 생각을 하지 말라(生卽必死 死卽必生, 생즉필사 사즉필생)”라는 그의 사생관, 마지막 노량해전에서 적의 총탄에 맞아 숨이 넘어갈 때도 “지금 싸움이 급하니 내가 죽었단 말을 내지 말라”고 당부하며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지성으로 매사에 임하고,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해 죽음에 이르러서도 정신자세가 오직 구국에 집중되었기에 12척이 남았을 땐 12척으로 죽기로 최선을 다해 백전백승의 기적을 이루었다.

서애 류성룡이 파면되고 쉬고 있던 이순신에게, 이조판서 이율곡이 만나자니 만나보라 권했을 때 그가 인사권을 갖고 있는 동안 만나지 않겠다며 거절했고, 병조판서가 자신의 서녀를 첩으로 주어 사위로 삼으려 했으나 이 또한 거절했다. 파면에서 벗어나 복직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오직 스스로, 자신의 실력으로, 자기 힘으로만 일어서려 했다.

권력과 돈, ‘빽’이 난무하는 세태 속에서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자기의 영달과 치부에 여념이 없고 당파적 이익을 위하여 극단적 편가르기를 서슴지 않는 정치판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참담하기까지 하다.

우리가 처한 이 난국에서 이순신처럼 이미 준비를 마친 지도자, 삶과 죽음을 뛰어넘는 나라 사랑으로 온몸을 던지는 지도자,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정성, 정의로운 자력의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 이순신, 임의 리더십이 그립습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산 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