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댓글 조작을 막기 위한 1차 방안을 어제 발표했다. 우선 계정 하나로 동일 기사에 달 수 있는 댓글을 3개로 제한했다. 이전에는 20개까지 첨부가 가능했다. 댓글 작성 간격도 10초에서 60초로 확대하고 사용자가 댓글에 누를 수 있는 ‘공감·비공감’ 수는 계정 개당 24시간 기준 50개로 한정했다. 네이버의 조치는 무차별 댓글 양산으로 문제가 된 이른바 ‘헤비 댓글러’를 규제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네이버의 이번 대책이 일시적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제2, 제3의 ‘드루킹 사건’ 발생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하다. 댓글 수를 제한하고 작성 간격을 조정했다지만 이런 수준으로는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를 이용한 조작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드루킹 사건에서 보듯 조작세력이 수백 개의 계정을 가지고 있다면 네이버의 댓글 체계 개편안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네이버는 기사를 클릭하면 곧바로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 방식’ 채택과 관련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댓글 정렬기준 재정립도 각계 의견 수렴으로 개선안을 마련해 5월 중순부터 적용할 수 있다는 모호만 계획만 밝혀 1차 방안에 대한 반응을 살펴본 뒤 어물쩍 넘어가겠다는 의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러니 네이버의 대책이 땜질용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네이버는 하루 방문자 3000여만 명, 기사를 읽는 이용자만 1300여만 명에 이르는 우리나라 최대 포털사이트다. 그런데도 댓글 조작 시비가 일 때마다 표현의 자유가 훼손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자정 노력을 회피해왔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포털사이트를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네이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면 당연히 이에 걸맞은 책임감도 가져야 마땅하다. 네이버는 미봉책으로 생색만 낼 것이 아니라 빠른 시일 내 더 강력한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