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파문이 급기야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총체적 비리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비리 의혹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낸 주체는 다름 아닌 ‘을’들, 즉 내부자들이다. 신빙성이 클 수밖에 없다. 당장 제기된 의혹들만으로도 기가 찰 노릇이다. 특히 해외에서 산 가구 등 개인 물품을 회사 물품 또는 항공기 부품으로 속여 들여오는 방식으로 운송료와 관세를 내지 않았다는 폭로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한진 일가는 밀수와 관세포탈, 배임 등을 저지른 파렴치범이 되고 국민적 비난도 피할 길 없다. 일반 서민도 아니고 그 재산과 수익이 얼마인지 알기조차 힘든 이른바 ‘재벌가 사람들’ 아닌가. 그런 재벌이 욕구 충족을 위한 비용과 세금이 아까워서 자사 항공기와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하고 이들까지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었다면 이는 또 다른 ‘악성 갑질’이다. 법적인 처벌을 넘어 사회적 책임까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관세청이 그제 전격적으로 대한항공 본사 사무실과 조현민·현아·원태 등 삼남매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도 이런 의혹에 대한 실체 규명을 위한 것으로 읽힌다. 관세청은 압수수색과 동시에 의혹 내사 단계에서 정식 조사로 전환했다. 지난 19일 폭력 행위 등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조 전무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탈세 등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된 것이다.

당국은 의혹을 철저히 파헤쳐 재발을 막아야 한다. 관세망의 구멍은 국가 대외 신인도와 직결되는 문제다. 세관 및 공항 직원들과의 유착 의혹도 명백히 조사해야 한다. 사면초가에 몰린 탓인지 그동안 침묵하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어제 대국민 사과를 했다. 현민 현아 자매 사퇴와 대한항공 전문경영인제 도입도 약속했다. 그러나 국민적 분노와 직원들의 원성을 식히기엔 역부족이다. 조직적 관세포탈 의혹의 진실부터 밝히는 것이 옳다. 그룹 총수로서 책임질 것이 있다면 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국민들은 이제 더는 ‘꼬리 자르기’에 속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