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허하다. 한 사람이 먼저 떠났다. 남은 사람은 짝을 잃은 슬픔에 잠겼다. 그에 대한 기억을 글로 옮기는 것도 고통이다. 얼마 전 우리 곁을 영영 떠난 최효석 부산 MBC 야구 해설위원 이야기다.
그는 지난 5일 대전구장에서 쓰러졌다.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우천 취소된 직후였다. 경기 전부터 비가 많이 와서 일찍 일정을 마무리하고 부산으로 향하려 했다. 와중에 최 위원이 쓰러졌다는 말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함께 점심을 먹으며 전날 경기를 복기했던 사람이 쓰러지다니. 지금도 고통스러워하던 그의 얼굴을 떠올리는 게 힘들다.

최 위원과의 첫 만남은 2009년이었다. 당시 나는 ‘자이언츠 네이션’이라는 자서전을 출간했다. 최 위원이 ‘둠씨’라는 필명으로 개인 블로그에 글을 써 명성을 높일 즈음이었다. 최 위원과 나는 팬과 작가로 만났다. 야구에 대한 그의 분석은 날카로웠다. 지식도 풍부했다. 무엇보다 그는 롯데 야구를 너무 사랑했다. ‘해설위원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그의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선수 출신이 해설하는 관행을 깨고 “최 위원 같은 사람도 있다”고 추천했다. 우리는 ‘동료 해설위원’이 돼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윈윈했다. 최 위원은 다른 동료들에게 ‘이성득 위원으로부터 많이 배운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의 빈소에서 이 말을 전해 듣고 아팠던 마음이 더 아파왔다.

최 위원은 따뜻한 사람이었다. 소탈했고, 뒤틀리지 않았다. 동네 형처럼 선수들을 대했다. 그는 원정경기를 가서도 꼭 잊지 않고 아내에게 전화했다. 나이 든 내가 듣기 간지러울 정도로 애처가였다. 서울 원정을 가면 어머니 집에 들러서 식사도 하고 시간을 같이 보내고 경기장으로 왔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에게도 애정을 듬뿍 담아 대했다. 다시 돌아봐도 여러 가지로 아까운 인재였다. 최 위원을 좋아하는 팬도 많았다. 라디오를 듣던 팬들이 중계 부스로 음식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최 위원이나 나나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서로 나눠 먹으며 방송을 하곤 했다. 이제 그런 시간을 함께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전국을 떠돌며 전 경기를 중계하는 라디오 해설위원은 건강 관리가 어렵다. 롯데의 암흑기 시절엔 나 역시 말도 못 하게 건강이 악화된 적이 있다. 한 번은 내시경 검사를 한 의사가 내게 “무슨 일을 하는 분이길래 속이 이렇게 상했냐”고 묻기도 했다. 비시즌 3개월 동안은 약을 달고 살았다. 해설하다 보면 흥분해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는 ‘샤우팅’도 어떻게 보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의 하나다.

최 위원도 이전부터 몸이 좋지 않다고 걱정했던 적이 있다. 나도 최근 운동을 시작했다. 오전에 꼭 산책이라도 하고 잠깐 쉬다가 야구장으로 출근한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나와 최 위원 모두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기억해주면 좋겠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롯데 야구를 사랑한 두 명의 해설위원이 있었다. 서로 경쟁하듯 생생한 현장 정보를 전달했다. 두 사람이 모두 자부심이 강했다’고.

최 위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함께했지만 너무 즐거웠어. 서로 야구에 대한 대화를 많이 하면서 ‘구도 부산’의 자부심을 나눴다는 데에 보람을 느껴. 하늘나라에서도 야구를 즐겼으면 해. 자네 부인과 아이가 잘 지내도록 길잡이 역할도 해주고. 자네는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그런 사람이었어. 나도 힘내서 해설 잘 할게.

KNN 야구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