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유권자들이 직접 정책을 발굴해 부산시정에 적극적으로 반영시키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후보자 측이 일방적으로 공약을 마련해 표심을 공략하던 기존 방식은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시민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역 주민이 손수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지방선거의 도입 취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움직임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국제신문과 부산참여연대가 최근 시민의 제언 가운데 타당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선별해 발표한 정책들은 아주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은 사회 갈등과 불평등 해소를 전담할 사회부시장직 신설 및 원활한 민관소통을 위한 시정협의회 설치다. 외부 감사관 도입이나 관변 인사 위주로 구성된 100여 개 심의위원회 개혁, 전문공무원제 확대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맞춤형 미세먼지 대책 수립, 공공병원 확대, 연령별 지원 대책 마련 등과 같이 실생활에 꼭 필요한 제안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동안 시장 후보들은 선거 때마다 갖가지 대형 공약을 발표하고 시민과의 격의 없는 소통도 약속했다. 그러나 득표를 위한 선심성 정책이 많았던 까닭에 선거 후에는 없었던 일이 되는 게 다반사였다. 그나마 추진된 정책들도 실적 위주의 보여주기식 행정에 치중한 결과 시민이 피부로 체감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따라서 유권자들의 활발한 정책 제안은 시민의 부산시정 참여를 확대하는 한편 낡은 패러다임을 깨부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시장 후보들은 이번에 나온 시민제언운동을 적극 수용하고 화답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요하다면 시민단체와 각종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따지는 토론회나 공청회 등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만 시민이 시정 운영의 주체가 되는 올바른 지방자치제가 자리잡을 수 있다. 당선에 급급한 나머지 상대 후보 깎아 내리기에 몰두하면서 제대로 된 정책 하나 내놓지 못한다면 누가 선거에서 이기든 부산의 미래는 암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