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는 ‘시진핑의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헌법 전문에 명기하고, 중국 공산당의 국가 사무 영도를 분명히 하는 한편, 국가주석의 연임제한 규정을 삭제하였다. 아울러 그간 반부패작업을 총지휘했지만 나이 문제로 작년 10월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퇴임했던 왕치산을 관례를 깨고 국가부주석에 임명하였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은 시진핑의 권력이 마오쩌둥에 견줄 만큼 대단히 강력해졌으며, 그가 장기집권의 길을 연 것으로 보고 있다.

시진핑은 2012년 11월 제18차 당 대회를 통하여 당 총서기가 되고 이듬해 3월에는 국가주석이 되었다. 당시 전문가 대부분은 덩샤오핑의 뜻에 따라 중국 정치의 제도화와 집단지도체제가 계속 강화될 것이며, 그에 따라 시진핑의 권력은 후진타오보다도 약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하였지만 이는 빗나갔다. 시진핑은 당 총서기가 된 이후 반부패 정풍운동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반대세력을 약화시켰고, 당의 주요 영도소조들의 조장을 맡아 개혁을 적극 추진하였으며, 2016년 10월에는 중국 공산당의 ‘핵심’지위를 얻었다. 이어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19차 당 대회에서 공산당 당장에 삽입되고, 이번 전인대에서 헌법 전문에 포함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시진핑에게 권력이 집중된 이유는 몇 가지로 설명된다. 무엇보다도 시진핑 개인의 카리스마와 강한 의지 그리고 능란한 정치적 수완을 꼽는다. 국가부주석 시절까지 조용하게 처신하였던 시진핑은 당 총서기가 되자마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 실현을 국가목표로 크게 부각했다. 강도 높은 개혁과 반부패를 추진하여 국민의 호응도 얻었다. 또한 빈부격차, 환경오염이나 지역 간 발전 불균형 같은 중국 내의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대응하여 장차 세계적인 경제·군사·문화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비록 장기집권은 아니라 하더라도, 중국에 시진핑 같은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부 중국 인사는 중국은 공산당이 통치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후진타오 말기 중국 공산당의 위기상황에 대해 언급하고 시진핑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데 당내에 의견이 모였기 때문에 시진핑의 권력 강화가 가능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당시 중국 공산당 내에는 당 간부들의 심각한 부패 등으로 인해 당 지도부와 기층 간의 괴리가 커지고 공산당 지도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약화되었다. 군에 대한 당의 통제가 느슨해지고 당내 파벌 간 권력투쟁이 심화하면서 당 내부에 위기의식이 팽배해졌다. 이에 중국 공산당은 항구적인 집권을 위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 당 내부에서 시진핑의 강력한 지도를 적극 지지한 결과라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설명은 공산당 내부에서 준비한 논리일 수는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 타당성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사실 덩샤오핑이나 장쩌민같이 그간 총서기직을 이양한 후에도 실질 권력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은 2년 정도 후에 후임자에게 물려주었던 관례와 달리, 시진핑은 후진타오로부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도 국가주석직과 동시에 물려받았다. 집단지도체제 아래에서 유지되고 있던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수도 효율성 제고를 위해 7명으로 축소하면서 분산되었던 권력이 상대적으로 집중되기 시작했던 것은 이런 설명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어떤 이들은 시진핑이 중국의 꿈을 달성하는 중간 목표의 해로 2035년을 새롭게 제시한 것을 근거로 그때까지 시진핑이 집권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간 덩샤오핑의 뜻에 따라 발전되어 왔던 중국정치의 제도화에 역행하면서 시진핑이 그렇게 장기집권을 하게 될지는 아직 단언하기에 이르다. 아울러 그의 장기집권 가능성에 대해 내심으로 우려하고 있는 여론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상기 언급된 공산당 내의 위기감이 시진핑 권력 강화의 배경이라면, 그리고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장기간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데 중국민이 공감하게 된다면, 시진핑이 최소한 2027년까지 당초 임기보다 5년은 더 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한국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외교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동서대 석좌교수·중국연구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