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백자를 보면 여러 문양(紋樣)이 나타난다.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산수, 십장생 등. 물고기도 그 중 하나. 자손 번창, 부부의 상징인 데다 자유롭게 헤엄치는 자태는 구속과 제약에서 벗어난 해탈의 경지로 여겼다. 물고기 무늬 중에는 쏘가리가 심심찮게 나온다. 쏘가리는 그림 소재로도 많이 쓰였다. 신사임당이 그린 ‘쏘가리’도 전해진다. 당대 어화(魚畵)의 대표적 화가 장한종(1768~1815)이 남긴 8폭 병풍의 어해도(魚蟹圖) 중 한 폭에는 쏘가리들이 실감나게 묘사돼 있다. 이 유작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이다.

전통 문양 등에 쏘가리가 쓰인 까닭은 이름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쏘가리를 가리키는 한자 ‘궐어’의 궐이 대궐의 궐과 같은 발음이라, 과거시험에 급제해 대궐에서 벼슬살이를 하길 바란다는 뜻이다. 즉 관록과 출세의 염원이 담긴 셈이다. 우리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쏘가리가 시문이나 회화, 도자기 등에 흔히 그려졌다. 쏘가리의 중국어 발음이 고귀하고 여유 있다는 의미의 계이유이(貴餘)와 동음이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쏘가리는 몸 색깔이 아름답기에 금린어(錦鱗魚) 금문어(錦文魚)로도 불린다. ‘재물보’에는 그 살맛이 돼지고기처럼 좋다고 해서 수돈(水豚)이라 적혔다. ‘맛잉어’라는 별칭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기에 예나 지금이나 고급 민물고기로 통한다. 1992년 2월 평양의 남북 고위급회담 오찬에서는 쏘가리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쏘가리회가 나온 걸 두고 북측 대표는 “주로 외국손님에게 접대하는 것이다. 북한강과 대동강, 청천강 등에서 잡힌다”고 소개했다. 이에 남측 대표가 우리는 쏘가리를 매운탕으로 많이 먹는다고 하자, “남쪽에도 쏘가리가 있느냐”고 북측이 되물었다고 한다.

얼마 전 경남 산청군 경호강 인근의 민간 연구소가 쏘가리 대량 양식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쏘가리는 육식성으로 성질이 거칠고 맑은 물에서 살기에 양식하기 매우 어려웠다. 그간 중국산에 의존해 온 이유다. 하지만 이제 대량생산의 길이 열리게 됐으니, 내수면 어류양식에도 새로운 활로가 될 만하다.

쏘가리는 복숭아꽃이 만개할 무렵에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중국 당나라 장지화(張志和) 시인의 유명한 어부가(漁夫歌) 중 ‘서새산 마루에는 백로가 날고 복숭아꽃이 물 위에 흘러갈 때 쏘가리가 살찐다’라는 표현도 그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모르겠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