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전당 완공(2011년 9월), 시네마테크 부산 철거(2011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사태 발생(2014년 9월), 부산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 공식 지정(2014년 12월), 부산 아시아영화학교 개교(2016년 10월), 부산 영상산업센터 개관(2017년 12월), 부산 국도예술관 폐관(2018년 1월),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인사 문제(2018년 2월)….

위에 열거한 것은 최근 약 10년간 부산 영화계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영화 문화의 관점에서 볼 때 발전적인 것도 퇴행적이거나 혹은 논쟁적인 것도 있다. 물론, 위에 언급한 것은 현재 시점에서 필자에게 좀 더 강하게 각인된 것들이며 이 밖에도 다른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국내 최초의 시네마테크이자 영화 문화, 영화 교육, 영화 담론의 장이었던 시네마테크 부산은 많은 시네필과 영화인이 반대했음에도 수영만 재개발이라는 경제 논리 앞에 2011년 10월 철거가 결정됐고, 그보다 조금 앞서 완공된 영화의전당으로의 이전이 진행됐다. 시네마테크 부산이 영화의전당으로 옮겨간 지 7년이 지난 지금 시네마테크 부산의 현재는 어떠한지 문득 궁금해진다.

2014년 9월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와 같은 해 12월 부산이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로 공식 지정된 일은 부산 영화 문화의 명암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해양도시로서 타 문화에 대한 개방성과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한국 근현대사의 격변 속에서 형성되어 온 독특한 문화 특성이 있는 부산은 풍부한 인적·물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아시아 영화를 주도해왔다. 또한 영국 브래드포드(2009)와 호주 시드니(2010)에 이어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 세 번째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로 지정됨으로써 명실상부 ‘영화 도시’로서 이미지를 견고히 했다. 하지만 같은 해에 벌어진 부산영화제 사태는 그 이미지와 너무나도 이질적인 아이러니 그 자체였으며 그 상처는 여전히 다 아물지 않았다.

그 이후 2016년 10월 부산 아시아영화학교가 개교했고, 2017년 12월에는 부산 영상산업센터가 개관하면서 부산 영화는 다시 한번 활력을 되찾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기운이 널리 퍼지기도 전에 부산 영화는 또 다른 씁쓸한 소식들을 접했다. 아트씨어터 씨앤씨와 더불어 부산 영화 문화의 다양성을 지켜온 부산의 대표적인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인 국도예술관이 올해 1월 문을 닫았으며, 최근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 부산시와 지역 영화계는 다시 갈등 국면에 접어들었다.

부산은 다양한 물적 인프라는 물론 풍부한 지역 고유의 영화 문화와 유산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적 관점과 산업·경제적 관점의 균형감 있는 접점을 찾는 데는 다소 실패한 것처럼 느껴진다. 작고 낡은 것 대신 크고 현대적인 것, 특색 있는 다양한 것 대신 규격화된 통일성에 마치 강박 같은 것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부산의 영화 정책은 한동안 거시적 관점의 경제·산업적 논리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영상산업 없는 영화 문화는 이상론이라는 인식이 기저에 깔린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영화문화 없는 영상산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영화 문화를 바탕으로 한 영상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인적 자산과 지역 고유의 영화 문화를 중심에 둔 중장기적 영화 정책과 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 거버넌스 시스템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영화 분야 인력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며 해운대를 중심으로 하는 신도심과 원도심 간의 균형적 발전 또한 부산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어쩌면 오랫동안 소홀히 했던 작고 낡고 특색 있고 다양한 것에 시선을 돌릴 때가 아닐까 싶다. 눈에 띄게 화려하거나 거창하진 않지만, 주위에 숨어 있거나 혹은 방치된, 막 싹이 튼 다양한 부산의 영화 문화를 발굴·보존하고 그 가치를 다시금 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영화는 그것을 만들고 즐기고 연구하고 평가하고 알리는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발전한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영화 분야의 여러 민간단체 그리고 그 안에서 활약 중인 많은 다양한 사람이 부산의 영화 문화를 일구어왔다. 그 사람들에게 눈길을 돌려야 한다.

영화도시 부산, 이제 ‘선택과 집중’이 아닌 ‘분산과 다양성’을 통한 진정한 영화 문화를 향해 나아갈 때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동의대 영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