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골프 인기는 예전만 못한 거 같다. 골프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니 말이다. 2014년 미 국립골프재단 조사를 보면, 10년 전보다 20% 정도 감소한 걸로 나타났다. 관련 용품 판매도 부진하면서 골프는 이제 사양산업이란 얘기까지 나왔다. 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시간 요인이 커 보인다. 보통 골프를 시작한 100명 가운데 75명은 중도에 그만두는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이유가 가장 많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18홀 라운드와 골프장 왕복 시간 등을 모두 합치면, 하루가 거의 다 소모되는 까닭이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요즘 추세에는 맞지 않는 운동이라는 지적도 있다. 필드에 나가 4시간 넘게 골프를 하는 것보다 각종 스마트폰 게임이나 다른 인기 스포츠를 택하는 이가 많다는 얘기다. 부모가 자녀를 골프장에 데려가려면 설득하는 데 진땀을 빼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는 미국에서 이미 회자됐다. 2년 전 미국의 유명 ‘바비 존스 골프장’이 18홀에서 9홀로 규모를 축소한 것은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 상징적 사건으로 여겨진다.

세계 골프 룰을 관장하는 영국왕실골프협회와 미국골프협회가 지난달 규칙 개정으로 경기 속도 촉진에 나선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내년 1월부터 적용하는 새 규정으로, 40초 이내 공을 쳐야 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18홀 한 라운드에 5시간 이상 걸리는 탓에 골프가 지루하다는 비판을 고려한 조치다.

엊그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박인비가 ‘1박2일’의 8차례 연장전 끝에 패하며 우승을 놓쳤다. 그러자 온라인에는 연장 상대 선수 린드베리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과도한 ‘슬로 플레이’로 박인비의 경기 리듬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린드베리는 샷 자세를 취했다가 풀기를 반복했고, 퍼팅에는 2분 가까이 잡아먹었다. 그러니 연장 둘째날 4개 홀을 마치는 데만 1시간 넘게 걸렸다. 린드베리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든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의 루틴(샷 전에 취하는 일정한 동작)을 지키려 노력했다”고 밝혀 국내 팬들의 속을 더 뒤집어놨다.

바둑에서는 경기시간 단축이 대세를 이룬 지 오래다. 옛날처럼 1박2일이나 온종일 걸리는 대국을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장시간 대국은 대중의 외면을 받기 때문이다. 골프 경기도 마찬가지다. 관전자가 외면해서는 그들만의 라운드에 그칠 뿐이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