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부 부처의 장관 정책보좌관과 저녁을 함께했다. 내게 부산 북항 일대의 개발청사진을 보여주었다. 현재 그곳 개발자를 찾는 중이라고 했다. 그간 글로벌 기업 몇몇이 카지노를 입점시키는 대규모 호텔이나 비즈니스센터를 건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부산시민들이 카지노 등 사행산업은 안 된다고 해서 반려했다는 것이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부산역에 내릴 때마다 북항은 어디까지 개발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벌써 개발자를 찾고 있다는 소식에 반갑기도 했다. 앞으로 부산역에 내리면 무빙워크로 향후 건립될 오페라하우스 등에 근접하도록 하면 북항은 새로운 명물이 될 듯하다. 더불어 70%가 공원이라고 하니 나머지 30%에 세계적인 건물이나 위락시설이 들어서면 좋겠다. 미국 올랜도에 있는 시월드 같은 물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도 들어서기를 바란다. 더불어 올해 7월에 세워지는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필두로 해양 관련 국내외 모든 건물과 시설이 집적된 오션시티가 되면 좋겠다. 이렇게 하려면 외국의 항만, 해운물류, 해운 금융 등의 국제기구와 민간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그래서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도시처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일정한 청사진을 가지고 건물디자인, 위치, 상호연계성, 색상, 워터프런트의 접근성 등이 조화롭게 구성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일을 누가 할 것인가? 부산 북항 개발을 10년간 책임질 리더를 이번 부산시장 선거 후에 잘 뽑아서 맡기면 좋겠다. 개발능력뿐 아니라 디자인 감각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지고 끈기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분을 섭외하면 좋겠다. 내가 2009년경 부산시 센텀시티개발행정 계장을 했었다. 이때 센텀시티를 세계적인 융·복합 첨단산업 도시를 만들어보려고 했으나 순환보직의 인사제도로 인해서 그 일을 못 하고 다른 보직을 맡았던 경험이 있었다. 아마 그때 정보기술 나노기술 콘텐츠기술 영상기술 등이 어우러진 세계적인 복합단지를 만들었다면 지금쯤 부산은 가상현실(AR) 관련 최고의 도시가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북항은 센텀시티보다 더 매력적이다. 해운대보다 접근성이 좋아서 북항 개발에 욕심내는 자본이 많을 것이다. 따라서 당장에 땅을 팔아서 이윤을 올리는 전략보다는 앞으로 부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는 북항 개발이 되면 좋겠다. 해운대 센텀시티 북항 자갈치 등으로 이어진 부산의 서든 벨트(Southern Belt)가 마무리 되는 사업이 될 것이다. 북항에 있는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상징적 건물과 이벤트가 있는 곳으로 KTX 타고 서울에서 가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개발이 되면 좋겠다. 아직 부산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테마파크나 상징적 건물이 없다. 그나마 부산국제영화라도 잘 키웠으니 다행이다. 그러나 그것도 영화제가 열리는 10월에만 반짝할 뿐이다.

부산은 해운 항만 물류 관련 비즈니스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 한다. 그것의 끝마무리가 북항 개발사업이다. 부산의 제조업 성장은 한계가 있으니 해운 관련 산업을 더욱 키워서 앞으로 100년의 먹거리를 만들면 좋겠다. 벡스코는 컨벤션 파크로 키우고, 문현금융단지는 일반 금융산업으로 집적시키고, 강서의 낙동강 변에 조성되는 에코델타시티는 주거복합단지, 북항은 해양 관련 단지로 키우면 좋을 것이다.

2030년쯤 되면 부산의 모습은 어떨까? 기본적으로 인구가 줄어들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17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의 인구 자연증가(출생아 수-사망자 수) 규모는 100명이다. 2016년의 자연증가 수 3800명에 비하면 무려 3700명이나 급감했다. 올해부터 사실상 인구 자연감소 시대에 진입할 것이다. 인구를 유지하려면 결국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수밖에 없다.

부산 북항을 중심으로 한 해운물류 관련 국내외 금융기관과 국제기구가 들어와야 한다. 고급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해운금융 관련 대학원 설립과 펀드 조성이 필요하다. 런던이나 뉴욕, 홍콩 등지의 금융전문가들을 부산으로 유인하려면 이런 금융 인프라가 마련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런 프로젝트를 확실하게 추진해야 한다. 어찌 보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겨우 12년 남았다. 부산지역 정·관·학이 합동하여 부산 북항의 미래청사진을 분명히 하고, 이를 뒷받침할 고급인력을 양산해야 해운 관련 금융기관이나 전문가들이 부산으로 올 것이다.

공정거래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