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Too·나도 당했다)운동’이 계속 확산됨에 따라 우리 사회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그동안 권력형 성범죄의 대상이 됐던 이들의 폭로가 줄을 이으면서 잘못된 관행을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투운동은 오랫동안 쌓인 성차별과 일상화된 여성 비하라는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런 만큼 사회 구성원들이 이런 요구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의 미투운동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직장의 조직문화라고 한다. 저녁 시간 대신 점심 때 회식을 하는가 하면 퇴근 후 회식도 이전과 달리 간단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결재 장소 역시 폐쇄적이었던 고위 간부 사무실에서 공통 업무공간으로 바뀌고 있으며 부서 회의도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공개된 공간을 활용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개인이 느끼는 바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변화는 남녀가 공존하는 사회로 가는 과정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듯하다.

반면 조직 내의 이 같은 흐름이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도 무시하기는 힘들다. ‘펜스룰’과 같은 지나친 남녀 분리는 자칫 극단적인 여성 배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경향이 지속되면 미투운동의 본래 의도와 달리 남녀 간 성대결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인터넷 상에서 피해 고발자에게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여성 혐오형 악성 댓글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한쪽의 주장만으로 무고한 사람이 피해를 입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지금 진행 중인 미투운동은 우리 사회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인 것만은 분명하다. 애초부터 남녀 간 성대결이나 정파적 대립의 구도로 바라볼 영역이 결코 아니라는 이야기다. 미투운동에 대한 그릇된 시각은 고통을 당하고도 여전히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는 피해자들을 다시 한번 죽이는 결과가 된다. 정치권도 미투운동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련법 손질 등을 서둘러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