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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시황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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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이 밝지 않으면 서쪽이 밝고, 남쪽이 어두워지더라도 북쪽이 있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쓴 ‘중국혁명전쟁의 전략문제’에 나오는 말이다. 중국은 큰 나라여서 어느 한 곳이 어둡더라도 다른 곳에 빛이 있다는 의미다. 국민당군의 대공세에 밀린 홍군이 중원을 버리고 서북쪽으로 후퇴하던 상황을 떠오르게 한다. 이른바 대장정(大長征)은 1934년 10월 15일 시작된다. 10만 명의 병력은 1935년 11월 목적지인 산시성(陝西省) 옌안(延安)에 도착했을 때 8000명으로 줄어 있었다.

마오쩌둥이 후일을 도모할 ‘근거지’로 옌안을 정한 이유는 당시 그곳이 ‘홍군 해방구’였기 때문이다. 옌안은 중앙당 지원도 없이 자력갱생한 이른바 ‘서북국 홍군’에 의해 장악된 안전지대였다. 그런데 당시 ‘해방구’의 지휘자는 22세 청년에 불과했던 시중쉰(習仲勳·1913~2002). 훗날 중국 혁명 8대 원로가 된 이 사람이 바로 시진핑(習近平·65) 주석의 아버지다.

서북지역에서 맹활약한 시중쉰은 마오쩌둥으로부터 “제갈량은 맹획을 일곱 번 잡고 일곱 번 놓아 주었는데, 자네는 제갈량보다 더 대단한 인물일세”라는 칭찬을 받기도 한다. 동료들이 평가하는 ‘서북국의 호랑이’ 시중쉰의 장점은 분명하다. 자신에 대한 엄격함과 성실함, 개인의 득실을 따지지 않고 오로지 당의 이익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신념과 행동 등이다.
‘호랑이는 절대 고양이 새끼를 낳지 않는다’는 말을 증명하듯, 그의 아들은 중국의 일인자가 됐다. 그런데 집권 전반기 아버지의 장점을 빼닮았다는 칭송을 듣던 아들에게 ‘시황제’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었다. 그제 개헌투표를 통해 10년 임기 제한 규정을 없애고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그가 역설해온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즉 ‘중국몽(中國夢)’이 실은 ‘시황제의 꿈’이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무튼 중국 ‘원조’ 시황제(始皇帝) 역시 꿈이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는 있겠다. 바로 ‘불로영생’이다. 하지만 어디 가능키나 한 일이던가. 진시황은 허무하게도 순행 길에 객사했다. 후계자를 키우지 않았기에 중국 첫 통일제국도 그의 사후 4년 만에 사라졌다. 시 주석이 이런 역사를 모를 리 없다. 눈을 크게 뜨고 ‘평생 개인의 득실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부친의 삶을 떠올려 보길 권한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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