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로 종합 순위 7위를 기록했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대표단이 참가하면서 한반도에 평화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단초도 확보했다. 스포츠는 순간순간이 아름답다. 단순한 경기에 그치지 않고 생각거리를 낳기도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던져 준 교훈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리더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 - 이승훈 선수.
이승훈은 ‘평창의 레전드’가 됐다. 평창올림픽에서 처음 생긴 매스스타트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로써 동계올림픽에서 메달 5개(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를 딴 최초의 아시아인으로 기록됐다. 그는 리더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이승훈은 올해 30세다. 선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다. 그런데도 남자 팀 추월 경기에서 8바퀴 중 네 바퀴를 제일 앞에서 돌았다. 그와 같이 뛴 김민석 정재원 선수는 그보다 10살 이상 젊다. 맨 앞에서 뛰다 보면 바람의 저항을 많이 받아 체력 소모가 극심하다. 그는 “운동선수에게 비결은 훈련이다. 같이 훈련하는 동료들보다 운동을 더 하려고 했다. 어린 친구들 보다 앞장서려고 했다. 그런 과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승훈은 선배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노력했고, 헌신했다. 메달을 딴 것은 후배들과 국민 성원 덕택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매스스타트 결승선을 통과한 이승훈은 후배 정재원의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후배까지 챙기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 사회 리더들 가운데는 ‘갑질’로 상징되는 험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이가 적지 않다. 본인은 생각 없이 뱉었을지 몰라도 듣는 이의 가슴에는 대못이 박힌다. 자신은 모범·헌신적으로 일하지 않으면서 부하 직원들에게만 희생을 요구하는 리더도 드물지 않다. 상대를 비판하는 것에 들이는 노력에 비해 긍정의 힘을 확대하려는 노력은 미흡하기만 하다. 패자를 보듬기보다 공격하기에 바쁘다. 약육강식 문화,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헌신하며 긍정의 힘을 키우고 비전을 제시하는 이들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
둘째, 이변은 언제나 일어난다 - 한국 여자 컬링팀.
평창동계올림픽 최고의 스타는 ‘팀킴’이라 불리는 컬링팀이다. “온 국민이 컬링바이러스에 걸렸다” “영미야! 신드롬이 전국을 강타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그러나 사실 동계올림픽이 시작될 때까지 컬링팀이 메달을 딸 것이라고 내다본 이는 거의 없었다. 예선에서 8승 1패로 1위를 기록하면서부터 메달 획득 가능성이 현실화했다. 컬링팀에 대한 인기도 수직 상승했다. 스웨덴에 패해 은메달을 땄지만 국민은 이미 컬링팀에 ‘국민 금메달’을 수여했다. 이변의 주인공이 되기까지는 끈끈한 조직력과 눈물겨운 노력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한국여자컬링팀은 ‘나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힘을 보여준 사례로 기록되었다.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딴 임효준 선수도 비슷하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정강이뼈가 골절된 것을 시작으로, 오른쪽 발목 골절, 오른쪽 인대 파열, 허리, 손목 등 부상을 달고 살았다. 7번이나 수술을 했다. 임효준이 실의에 빠질 때마다 그의 어머니는 “네 실력을 믿어라”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한국쇼트트랙 여자 계주팀이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넘어지고도 1위를 한 것 또한 드라마틱했다. 그렇다. 모든 것은 변한다. 누구나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참고 기다리며 실력을 키우면 반드시 때는 온다.
셋째, 승자는 위로하고 패자는 축하한다 - 이상화, 고다이라.
이상화 선수는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황제이다. 이상화는 이미 밴쿠버와 소치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에는 일본 고다이라 나오에게 패하면서 은메달에 그쳤다. 경기를 마치고 태극기를 든 채 눈물을 흘리는 이상화를 위로한 이는 고다이라였다. 고다이라는 “이상화는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스케이트에 대한 생각이 훌륭했고 본받을 점이 많았다. 정말 이상화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상화를 위로한 고다이라도, 고다이라에게 기댄 이상화도 인상적이었다.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승자는 패자를 위로했고, 패자는 승자를 축하했다. 이것이야말로 세계일화(世界一花)의 드높은 정신이다.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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