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달 ‘국공립유치원 확대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기준 평균 24.8%인 전국 국공립 취원율을 2022년까지 40%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올해 단설 31곳, 병설 55곳 등 총 86개 국공립유치원(497개 학급)도 확충된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따른 조치다. 그런데 이런 공약과 계획이 부산에서만은 ‘그림의 떡’이라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부산의 국공립 취원율이 15.1%에 불과한데다 2022년까지 40%는커녕 그 절반 수준 달성도 요원해 보이기 때문이다.

부산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단연 꼴찌다. 전국 평균보다 낮을 뿐 아니라 인구 등 여려 면에서 ‘대한민국 제 2 도시’를 노리는 인천(22.9%)에 현격히 뒤진다. 정부가 올해 신설하는 국공립유치원 86곳 중 부산 소재 유치원은 없다. 학급만 10개 늘리는 것이 전부다. 부산시교육청은 국공립 취원율 40%는 고사하고 5년 후 고작 25% 달성을 목표로 잡고 있지만, 현 계획상 18% 선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독 부산에서 국공립유치원 신설이 더딘 이유로 시교육청은 공간 확보의 어려움을 꼽는다. 비용이 덜 드는 병설유치원을 확보하려해도 교실이 남는 초등학교는 학생이 빠져나가는 원도심에 밀집해 있는 반면 유치원생 수요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집중된 지역에서 증가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 간 괴리가 크다. 단설유치원 신축은 예산 확보가 어려워 신도시 등 일부 공공택지를 제외하고는 더욱 어렵다. 결국 부족한 예산, 즉 돈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교육당국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국 꼴찌인 국공립 취원율은 부산시와 시교육청의 낮은 해결의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명서다. 공간 및 예산 확보의 어려움은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부모 선호도가 높은 국공립유치원에 아이 10명 중 1.5명밖에 못 보내는 것이 부산 유아교육의 민낯이다. 이런 도시에서 출산율 제고와 인구증가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의 유치원 부지 의무화, 중·고교 빈 교실 활용 등 과감한 방법까지도 숙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