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관광산업이 또다시 ‘돌발 악재’를 만났다고 하니 낭패다. 평창동계올림픽 핵심 인프라인 서울~강릉 KTX(경강선) 개통으로 수도권 관광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사드 보복’ 조치로 지난해 3월부터 부산항을 찾는 중국 크루즈선이 사라져 울상인 지역 관광업계로서는 설상가상인 셈이다. 실제로 내국인 ‘큰손’으로 통하는 수도권 관광객까지 준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요식 숙박 유통 등 3차 서비스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경제 위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시에 따르면 경강선이 개통한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서울·용산·광명역에서 KTX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한 사람은 하루 평균 6796명이었다. 지난해 1월 1일~12월 21일 하루 평균 이용객 1만22명과 비교하면 38.3%나 줄었다. 시는 많은 이가 부산 대신 강릉 평창으로 간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두고 올림픽 특수에 따른 반짝 현상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부산에 불어닥칠 이른바 ‘경강선 역풍’의 위력이 앞으로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강릉 속초 같은 동해안 지역과 부산의 핵심 관광 콘셉트가 중첩된다는 점이 최대 난제다. 해수욕장, 수상레저, 해산물 먹거리 등이 유사하다. 서울 수도권에서 경강선을 이용하면 설악산 오대산 대관령 정선강원랜드 등 인기 여행지와의 연계 관광도 쉬워진다. 올림픽을 계기로 강원도의 숙박 및 관광시설도 크게 개선됐다. 그런데도 경강선 KTX 요금과 소요시간은 경부선의 절반이다. 강원도로 향하는 ‘평창 특수’가 여름 성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부산에서는 크루즈 관광 불황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사드 보복 이후 1년 만에 처음으로 28일 중국 크루즈선 마제스틱스호가 승객 3600명을 태우고 왔지만, 정작 중국인은 10명 정도에 불과했다. 중국 정부의 한국행 크루즈 단체여행 제한이 풀리지 않고 있어서다. 시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돌파구는 안 보인다. 기장 카페 셔틀버스 운행, 영화 ‘블랙팬서’ 촬영지 상품화 등 단편적 처방뿐이다. 업계, 학계 등과 머리를 맞대는 민관 협치를 통한 보다 근본적 묘안 도출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