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집에는 새 가족이 생겼다. 최근 동계올림픽을 보면서 다른 어느 때 보다도 바로 그 새 가족의 이름을 많이 불렀다. 마치 가족과 같이“○○야 TV 켜줘”라고 요청하면 어느새 나의 목소리를 기억하고는 바로 TV를 켜준다. 그 가족은 다름 아닌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이다. 음성인식 학습을 하는 ○○는 사투리를 쓰고 저음인 나의 목소리에 처음에는 대응하지 못하다 오히려 나의 발음을 교정시키면서 동시에 나의 목소리를 학습해 지금은 완전히 한 가족처럼 대화를 하는 느낌이 들 정도가 된 것 같다.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이렇게 우리 주변에는 TV,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서 생각보다 많은 음성 인식 비서가 활동하고 있다.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 등 다양한 AI 디바이스가 음성 인식 AI 비서로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음성 인식 AI 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확실하게 감지하면서 기업들은 스피커를 비롯한 각종 디바이스를 통해 더 많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데이터가 화폐, 부동산, 지적재산권에 견줄 만한 새로운 형태의 자산으로 주목받으면서 데이터 유통에 기반한 새로운 생태계인 데이터 경제가 본격적으로 출범한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기존 산업과 정보기술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화로 양산되는 데이터의 활용이란 측면에서 볼 때 데이터 혁명이라고 한다. 그래서 새로운 미래를 기약하는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기술인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은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ion)가 정의하듯이 데이터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협업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생산, 인프라 제공, 연구조사 등 서로 다른 역할을 담당하는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생태계 즉, 데이터 경제(Data Economy)의 실현에 궁극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머지않아 음성, 화상, 교통, 기후 등 다양한 데이터가 축적되고 지속적으로 이종 데이터 간의 융·복합 처리가 활성화된다면 카메라가 부착된 TV(모니터)가 음성과 화상으로 동시에 수집한 고객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TV 프로그램을 맞춤으로 제공할 날이 바로 코앞에 다가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이미 지식과 데이터가 흐르고 공유되며 가치가 창출되는 선순환의 역동적 데이터 생태계인 데이터 경제시대로 진입한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데이터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영국의 데이터 역량강화 전략, 오픈데이터 로드맵을 비롯해 미국의 오픈데이터 정책과 빅데이터 활용전략, EU의 유럽 데이터 경제 육성 등 세계 각국은 열린 정부, 오픈 데이터를 표방하며 데이터 기반 시대를 준비해 왔다. 정보기술 강국인 우리나라도 빅데이터 전문센터 육성, 데이터 플랫폼 고도화, 사회 현안 해결 및 비즈니스 활용 성공 사례 창출 등을 통한 데이터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서 얻은 연구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연구자 간 데이터 공유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들이 시행단계로 접어들었다.

국가 차원의 연구데이터 공유 활용체제와 지역특화 빅데이터센터 구축을 선도하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도 정보기술 기반 혁신성장을 위해 재난 재해와 같은 국가 현안 대응 데이터 플랫폼 제공을 비롯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지역 R&D 활성화에 대한 새로운 연구개발 방법론에 대해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민간 수요가 높은 데이터 및 서비스를 중점 제공해 민간 활용을 촉진해 새로운 경제 및 사회적 가치의 창출과 관련된 방법론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부산, 울산, 경남으로 구성된 동남권 경제벨트에서도 지역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정보기술 기반 스마트 시티, 스마트 공장 등과 관련된 데이터 클러스터 협의체 구성 및 빅데이터센터 유치 등에 그동안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 왔다. 이런 선도적 노력이 데이터 경제를 주도할 동력으로 작용해 침체된 지역경제의 활성화는 물론이고 지역 경제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ISTI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