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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쉰들러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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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독일 연방의회 본회의장. 단상에 선 백발의 여성에 이목이 쏠렸다. 주인공은 84세의 루트 클뤼거.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생존자인 클뤼거는 1944~45년 그곳에서 겪었던 성노역과 비참한 생활을 증언했다. 수용소 홀로코스트(유대인 집단학살) 희생자 추모일인 1월 27일 의회 초청 연사로 나선 자리였다. 클뤼거는 이렇게 외쳤다. “그때는 죽는 게 정상이었고 살아남는 것은 비정상이었습니다.”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 ‘쉰들러 리스트’(1993년). 극중 막바지에 오스카 쉰들러가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나온다.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자책에서다. 나치당원 겸 사업가였던 그는 수용소의 광기 어린 독일 장교에게 뇌물을 바치며 생존 명단을 건넸다. 쉰들러의 그 리스트 덕에 살아남은 유대인은 무려 1100여 명. 그가 없었다면, 대부분이 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에서 나치 군인 역을 맡았던 독일인 배우들의 소회도 잔잔한 울림을 준다. “선조의 수치스러운 과거를 청산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감사합니다.” 스필버그 감독에게 전한 말이다. 과거사를 직시하고 반성하는 독일의 모습이 일본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아우슈비츠 생존자 중 이스라엘 크리스탈은 2016년 112세를 기록해 세계 최고령자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하지만 이듬해 생일을 앞두고 숨을 거뒀다. 1945년 아우슈비츠에서 발견될 때 그의 몸무게는 37㎏이었다. 1998년에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미국 기업인이 한국의 불치병 소녀에게 수술 지원으로 새 삶을 안겨줬다. 세월이 흘러도 쉰들러의 은혜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느낌이다.

엊그제 미국 하버드대의 차기 총장에 선임된 로렌스 바카우(67)도 쉰들러의 후예라 할 수 있겠다. 이민자 가족인 그의 아버지는 동유럽 망명자이고 어머니는 아우슈비츠 생존자라는 점에서다. 하버드대 사상 첫 여성총장으로서 12년간 재직한 두르 길핀 파우스트(70) 현 총장은 올 6월 말 퇴임 예정이다.
영화에서 생존 유대인들은 전쟁이 끝난 뒤 전범으로 몰릴 상황에 놓인 쉰들러를 위해 모든 이가 서명한 진정서를 작성해 그에게 줬다. 또 자신들의 소중한 금이빨을 뽑아 만든 반지를 그에게 선물했다. 그 반지 겉에는 ‘탈무드’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한 생명을 구한 자는 전 세계를 구한 것이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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