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중소기업체의 구인난이 조합 정기총회 풍속도마저 바꿔놓고 있다. 국내 업종별 조합 중 최대 규모인 부산기계공업협동조합이 올해 창립 56주년 정기총회를 오는 20일 부산대학교 기계공학관에서 열기로 했다는 소식이니 말이다. 그간 강당이나 회의실, 호텔 같은 곳에서 총회를 개최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그렇기에 신선한 인상을 주지만, 중소업계 구인난이 빚은 현상이라는 점에서 씁쓸한 마음도 든다.

부산기계조합의 이런 행보는 지역 우수 인재를 적극 유치하려는 의지의 발로다. 지역 중소업체의 현재와 미래를 알리고, 지역 대학과 연구개발(R&D) 분야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려는 목적도 담겨 있다고 한다. 56년의 조합 역사상 정기총회를 대학캠퍼스에서 펼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그 의미가 남다르다. 더욱이 올해뿐 아니라 해마다 지역 대학을 돌아가며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산학협력의 당위성과 중요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자세로 받아들여진다.

우리 중소기업 현장에서 “젊은이들을 구할 수 없다”는 하소연은 이미 오래된 얘기다. 어렵사리 인력을 채용해도 일주일 정도 출근하다 그만두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청년실업률은 고공행진이니 중소업체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이른바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한 까닭이다. 그렇다고 젊은이들만 탓해서 될 일이 아니다. 지역 중소기업 취업에 주저하지 않도록 관련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선 과제다.

청년층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최대 요인은 임금과 작업시간·환경, 복리후생 등을 포함한 근로조건이다. 따라서 부산시가 올해부터 지역 인재의 중소업체 취업을 위해 교통편의와 주거 지원 등에 나선 건 당연한 일이다. 부산기계조합이 업체 R&D 등을 지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들 사업이 단기간 내 효과를 내는 건 무리일지 모른다. 그래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 기계조합의 캠퍼스 정기총회가 지역 인재 유치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