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의 최대 화젯거리는 사람 얼굴에 새의 몸을 한 인면조(人面鳥)였다.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가 하면,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선 인면조를 그리는 팬아트 열풍이 불기도 했다. 개막식 당일 일본 최대 포털 사이트인 야후 재팬에서 관련 기사가 최고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외국의 관심도 인면조에 쏠렸다.

인면조의 기원은 도교와 불교 대략 두 가지다. 송승환 평창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이 인면조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힌 고구려 벽화는 도교적 유래를 보여준다. 중국 길림성 집안현의 무용총 널방 천장에는 신선 옷차림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긴 모자를 쓴 인면조가 그려져 있다. 북한 남포시 덕흥리고분의 천장에도 신선의 머리장식을 한 인면조 ‘천추(千秋)’와 ‘만세(萬歲)’가 나란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통일신라 시대에 들어와선 불교 색채가 짙어진다. 불교미술 소재로 많이 사용된 것이다. 경주 황룡사지, 분황사지 등지에서 발견된 와당(瓦當)에 새겨진 인면조가 대표적인 사례다. 고려 시대에는 인면조가 부도탑의 기단부에 주로 등장한다. 산스크리트어로 ‘카라빈카(karavinka)’, 한자로는 ‘가릉빈가(迦陵頻伽)’라고 쓰는 불교의 인면조는 극락정토에 산다는 상상의 새다.

가릉빈가의 존재 의미는 형상이 아니라 소리에 있다. ‘화엄경’에서는 “청정·미묘한 범음(梵音·부처의 가르침)으로 무상한 정법(正法)을 연출하니 듣는 사람들이 기뻐하여 맑고 오묘한 도리를 얻는다”고 했다. ‘정법염경’에선 “그 소리는 극히 신묘하여 하늘과 사람과 긴나라(음악신)가 흉내낼 수 없고,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은 염증을 느끼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래서 가릉빈가를 ‘묘음조(妙音鳥)’ 또는 ‘미음조(美音鳥)’라고 했다.

개막식에서 인면조가 형상을 선보였다면, 지난 11일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 공연에선 소리로 존재를 드러냈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서현과 북한 가수들의 깜짝 합창이 가릉빈가의 소리가 아닌가 싶다. 이날 그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북한 가요 ‘다시 만납시다’를 열창해 관객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서현의 출연은 공연 당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현의 에이전시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제의가 와 리허설도 없이 무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남북 깜짝 합창은 꾸밈 없는 ‘평화의 소리’였던 셈이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